뢴트겐의 전체 인류를 향한 순수 영혼

■ 뢴트겐의 전체 인류를 향한 순수 영혼

 

당장 내일 먹을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한 이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서 “자신의 숨은 자산을 활용하면, 갑부가 될 수 있다!” 라고 알려줄 때, 그것을 거절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같은 일은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Röntgen)에게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뢴트겐(1845-1923)은 1895년 11월 08일에 X-선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이 사건을 두고 마술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었고, 도덕과 윤리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논란도 일었다. 때문에 뢴트겐(Röntgen)은 이 경이로운 발견으로 유명세를 누렸는데, 마침내 1901년에는 초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면서 1898년 퀴리(Curie) 부부의 라듐 발견과 더불어 19세기 과학의 양대 업적으로 손꼽히게 됐다.

 

X-선은 발견 당시 의학적으로 활발히 적용됐다. 특히 전쟁 때는 총탄 부상자와 골절 환자들의 외과 수술에 크게 기여하면서 독일 뷔르쯔부르그 대학은 그에게 명예 의학 박사 학위까지 수여했다. 뢴트겐(Röntgen)의 기여는 의학 분야에서 현대의 첨단 영상 진단 의료 기술에 초석 뿐만 아니라 뉴턴의 고전 물리학에서 현대 물리학에로 진입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뢴트겐(Röntgen)에 자극받아 1896년 프랑스의 앙리 베크렐(Henri Becquerel)은 우라늄에서 최초의 방사선을 발견했고, 1897년 영국의 톰슨(Thomson)은 전자를 발견했다. 이와 같은 19세기 말 물리학의 행보에 힘입어 빛의 입자성 규명에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20세기 아인슈타인(Einstein)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는 학술적 배경을 이루게 된다. 나아가 X-선 본질에 대한 탐구 과정에서 ‘빛이 입자이며 파동이기도한 이중성’에 대한 인식은 오늘날 현대 물리학에서는 상식이 됐다.

 

말년의 뢴트겐(Röntgen)은 파산에 이를 정도로 어려운 경제 생활을 했다. 그리고,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독일의 패전 이후에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식료품 가격이 폭등해서 한 끼니 밥걱정까지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부유한 친구가 찾아와서 뢴트겐의 ‘X-선’으로 특허 등록해서 큰돈을 벌어들이자는 제안을 하는데, 이때 뢴트겐은 자신은 X-선의 발견자에 불과하며, X-선은 모든 사람들이 손쉽고 유익하게 공유해야 할 것이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0.1%의 상류 계층에 포함되기 위해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실에서 뢴트겐의 순수 영혼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그는 어려운 경제 생활 속에서도 인류애와 순수 공익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의 깔끔한 성격과 순수한 영혼은 태생적으로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독일의 교육 과정인 김나지움(Gymnasium) 학창 시절에 선생님의 초상화를 모욕적으로 그린 친구를 끝까지 고발하지 않아서 퇴학까지 당하는 고난을 겪기도 했다.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는 그의 저작 ‘현대 물리학과 동양 사상’ 서문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겪은 체험을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다”. 또한 그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서로가 촘촘히 연결된 그물망과 같아서 상호 의존적이며, 지속적인 생존과 유연한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 공감을 위한 ‘전체로서의 순수 영혼’을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다수가 0.1%의 상류 사회를 꿈꾸는 동안, 뢴트겐(Röntgen)과 같은 0.1%의 ‘전체 인류를 향한 순수 영혼’이 발달된 사람들로 인해 우리 사회와 인류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며 발전해 왔던 것은 아닐까? 11월 08일은 뢴트겐(Röntgen)이 X-선을 발견한 날이다.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뢴트겐의 인류애를 향해 경의와 함께 그의 순수 영혼에 대해 공경심을 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