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제대로 된 옳은 친구가 몇명이나 될까? 정(鄭) 진사(進士)는 무골호인(無骨好人)이다. 한평생 살아오며, 남의 가슴에 못 한번 박은 적이 없고, 덕(德)을 많이 쌓았으며, 적선(積善) 쌓은 것을 펼쳐 놓으면, 아마도 만경창파(萬頃蒼波) 같은 들판을 덮고도 남으리라. 그러다보니 선대(先代)로 부터 물려받은 문전옥답(門前沃畓)과 그 많던 재산을 야금야금 팔아치워서 겨우 제 식구들 굶기지 않을 정도의 중농(中農) 집안이 되었다. 정진사는 덕(德)만 쌓은 것이 아니라 재능(才能)도 빼어났다. 학문이 깊고, 붓을 잡고 휘갈기는 휘호는 천하 명필이다. 고을 사또도 조정으로 보내는 서찰을 쓸 때는 이방을 보내서 정진사 도움을 간청할 정도였다. 정진사 사랑방에는 선비와 문사(文士)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