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민담 우화

■ 과연 제대로 된 옳은 친구가 몇명이나 될까?

마도러스 2022. 10. 13. 03:15

■ 과연 제대로 된 옳은 친구가 몇명이나 될까?

정(鄭) 진사(進士)는 무골호인(無骨好人)이다. 한평생 살아오며, 남의 가슴에 못 한번 박은 적이 없고, 덕(德)을 많이 쌓았으며, 적선(積善) 쌓은 것을 펼쳐 놓으면, 아마도 만경창파(萬頃蒼波) 같은 들판을 덮고도 남으리라. 그러다보니 선대(先代)로 부터 물려받은 문전옥답(門前沃畓)과 그 많던 재산을 야금야금 팔아치워서 겨우 제 식구들 굶기지 않을 정도의 중농(中農) 집안이 되었다.

정진사는 덕(德)만 쌓은 것이 아니라 재능(才能)도 빼어났다. 학문이 깊고, 붓을 잡고 휘갈기는 휘호는 천하 명필이다. 고을 사또도 조정으로 보내는 서찰을 쓸 때는 이방을 보내서 정진사 도움을 간청할 정도였다. 정진사 사랑방에는 선비와 문사(文士)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인과 혼기 찬 딸 둘은 허구한 날, 밥상 술상을 차려서, 사랑방에 손님 시중들며, 들락날락 하는 것이 일과였다.

어느 날, 오랜만에 허법 스님이 찾아왔다. 잊을만하면, 정진사를 찾아와서, 고담준론(高談峻論)을 나누었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허법 스님을 정진사는 스승처럼 대했다. 그들은 모두 뜻이 높았고 바르며, 엄숙했고 날카로웠다. 그날도 사랑방에는 문사(文士)들이 가득차서 스님이 처마 끝에 있는 디딤돌에 앉아서 기다렸다. 손님들이 눈치 채고, 우르르 몰려 나갔다.

허법 스님과 정진사가 곡차(穀茶) 막걸리 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정진사는 친구가 도대체 몇이나 되오?” 스님이 묻자, 정진사는 천장을 보고 한참 생각하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 “얼추 일흔은 넘을 것 같습니다” 스님은 혀를 끌끌 찼다. “진사(進士)는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오.” 정진사가 눈을 크게 뜨고, 문을 활짝 열더니 말했다. “스님, 한눈 가득 펼쳐진 저 들판을 모두 남의 손에 넘기고, 친구 일흔을 샀습니다.”

스님은 껄껄 웃으면서 "친구란 하나 아니면 둘, 많아야 셋, 그 이상이면, 친구가 아닐세.” 두 사람은 밤새도록 곡차를 마시다가, 삼경(三更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이 지나서 고꾸라졌다. 정진사가 눈을 떴을 때, 스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날부터 정진사 집 대문이 굳게 닫혔다. 집안에서는 정(鄭) 진사(進士)의 심한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의원만 들락거렸다. 글 친구들이 대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열흘이 가고, 보름이 가도 진사(進士)네 대문은 열릴 줄 몰랐다. 그러더니, 때 아닌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밤에, 곡(哭) 소리가 터졌다.

진사가 지독한 고뿔(감기)을 이기지 못하고, 이승을 하직한 것이다. 빈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부인과 딸 둘이 상복을 입고, 머리를 떨어뜨린 채, 침통하게 빈소를 지켰다. 진사 생전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글 친구들은 낯짝도 안 보였다.

그런데, 한 친구가 문상(問喪)을 와서 섧게 섧게 곡(哭)을 하더니, 진사 부인을 살짝 불러냈다. “부인, 상중에 이런 말을 꺼내 송구스럽지만 워낙 급한 일이라….” 그 친구는 품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미망인(未亡人)에게 건넸다. 봉투를 열어보니, 차용증(借用證)이었다. 정진사가 돈 백냥을 빌리고, 겨울 입동(立冬) 전에 갚겠다는 내용이었다. 진사의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또 한 사람의 문상객은 왕희지 족자 값 삼백 냥을 못 받았다며, 지불 각서를 내밀었다.

구일장을 치르는데, 여드레째가 되니, 이런 채권자들이 빈소(殯所)를 가득 채웠다. “내 돈을 떼먹고서는 출상(出喪)을 못 해!” “이 사람이 빚도 안 갚고, 저승으로 줄행랑을 치면 어떡해.” 빈소에 죽치고 앉아 다그치는 글 친구들 면면은 모두 낯익었다.

바로 그때, 허법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빈소에 들어섰다. 미망인이 한 뭉치 쥐고 있는 빚 문서를 낚아챈 허법 스님은 병풍(屛風)을 향해 고함쳤다. “정진사! 일어나서, 문전옥답(門前沃畓)을 내 던지고, 사귀어 놓은 잘난 당신 글 친구들에게 빚이나 갚으시오!” 병풍 뒤에서 ‘삐거덕’ 관 뚜껑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정진사가 걸어 나왔다. 빚쟁이 친구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했다. 그리고, 신도 신지 않은 채로 도망쳤다.

정진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허법 스님은 빚 문서 뭉치를 들고 사또에게 찾아갔다. 이튿 날부터 사또의 호출장을 받은 진사의 글 친구 빚쟁이들이 하나씩 벌벌 떨면서 동헌(東軒) 뜰에 섰다. “김(金) 초시(初試)는 정진사에게 삼백 냥을 빌려 줬다지?” 사또의 물음에 꿇어앉아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린 김(金) 초시(初試)는 울다시피 읍소했다. “나으리,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곤장 삼백대를 맞을 텐가? 삼백냥을 부의금으로 정진사 빈소에 낼 건가?”

이렇게 하여 정진사는 글 친구들을 사느라 다 날린 재산을 그 친구(?)들을 다 버리고 다시 찾았다. "친구란 온 세상 사람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이다" 나는 과연 제대로 된 옳은 친구가 몇명이나 될까?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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