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칼럼

이태백.사오정.오륙도, 삼일절.십오야

마도러스 2006. 8. 21. 08:21

이태백.사오정.오륙도, 삼일절.십오야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팀엔 신조어(新造語)를 찾는 전문가만 50명이다. 이들은 매일 신문·잡지는 물론 소설·TV 대본·노래 가사 같은 온갖 읽을거리를 뒤지며 신조어를 사냥한다.
 
찾아낸 단어는 일단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다. 신조어가 사전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려면 등장한 지 5년 사이 5종 넘는 매체에 다섯 번 넘게 올라야 한다. 그러고도 언어학자 검토를 비롯한 몇 단계 심사를 거쳐야 한다.
 
 

▶ IT분야는 신조어의 보고(寶庫)다. ‘유명 회사가 이메일을 보낸 것처럼 가장해 개인정보를 캐내는 행위.’ 옥스퍼드사전이 작년에 새로 수록한 ‘피싱(phishing)’의 뜻이다.  ‘팟캐스트(podcast)’라는 신조어는 옥스퍼드사전이 선정한 ‘2005년의 단어’에 뽑혔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로 ‘라디오 방송을 MP3로 내려받아 듣는 것’을 뜻한다. 


▶ 옥스퍼드사전과 쌍벽을 이루는 미국 웹스터사전도 신조어 찾기에 열심이다. 언어와 사전도 결국 사회변화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2003년 11판에선 ‘McJob’(저임금 일자리)과 ‘Frankenfood’(유전자 변형식품) 같은 단어 1만개를 추가했다. 새 단어가 웹스터사전에 오르려면 10년쯤 걸리지만 2001년 아시아를 강타한 ‘SARS’(사스)는 2년 기록을 세웠다. 


▶ 국립 국어원도 2000년부터 해마다 언론에 등장한 새 단어를 조사해 보고서를 낸다. 작년에만 ‘개똥녀’를 비롯해 408개가 생겨났다고 한다. 쉽게 등장했다가 쉽게 사라지는 것도 신조어의 특성이다. 2002년 신어 408개 중 작년까지 살아남은 건 45%에 불과하다. 국립국어원은 수집한 신조어들을 2008년에 낼 인터넷판 ‘표준국어대사전’ 개정본 편찬에 활용할 예정이다. 


▶ 소설가 김다은 교수가 지난 2년간 등장한 신조어와 유행어 500여개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한 책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을 냈다. ‘이태백’ (이십대 태반이 백수)’ 사오정 (45세 정년)’ ‘오륙도 (56세에도 자리에 붙어 있으면 도둑놈)’도 모자라 등장한 삼일절 (三一絶· 서른한 살이면 취업길이 막혀 절망한다)’ 십오야 (十五夜· 15세만 되면 앞이 캄캄해진다)’ 엔 청년실업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 있다.

 

실제로, 청년층(15~29세)의 실업자 수는 38만3천명으로 49.3%에 달한다. 신조어는 거울이다. 신조어들이 발칙할수록 세상은 경박하고, 신조어들이 어두울수록 사회도 그만큼 암울하다는 얘기다. 

 

김기철 논설위원 입력 : 2006.04.10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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