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칼럼

미래 투자가 가져온 선물

마도러스 2006. 8. 21. 08:21

미래 투자가 가져온 선물

 
세계 최대의 도박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로마제국에서 현대까지, 이탈리아에서 중국까지의 건물양식을 본뜬 호텔들이 휘황찬란한 위용을 뽐낸다. 카지노와 분수쇼, 카니발과 뱃놀이가 벌어지는 이곳의 시내 중심가 컨벤션 센터에 세계 1000여 개 무선통신업체들이 모였다.
 
2006 CTIA 박람회’.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전세계 휴대전화와 무선통신 관련 업체들이 주 고객인 북미 최대의 프로페셔널 대회다. ‘인텔’ ‘버라이즌’ ‘싱귤러’ ‘스프린트’ ‘소니’ ‘에릭슨’…. 한국·미국·캐나다·중국·일본·대만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최첨단 장비나 서비스를 뽐내는 이곳의 테마는 ‘속도전(速度戰)’.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미국 거대 이동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은 ESPN(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을 휴대전화로 전송받아 볼 수 있다며 선전한다. 하지만 생방송이 아니라 녹화저장된 방송을 받아본다. 한국에서는 이미 1~2년 전에 실험된 ‘낙후된’ 서비스다. 에릭슨과 소니의 부스에도 관람객이 한적하다. 그들이 내놓은 휴대전화와 서비스 모델이 눈길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삼성’ ‘LG’ ‘팬택’ 등 한국기업들의 큼지막한 전시장이 눈에 확 들어온다. 다른 부스보다 밝고, 짜임새가 있다. 관람객의 수도 더 많다.
 
지난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위성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지상파DMB 등 휴대전화를 이용한 생방송 중계 기술이 눈에 띈다. 3세대 휴대전화인 WCDMA의 전송속도는 384 Kbps. 하지만 여기 전시된 첨단 휴대전화 HSDPA는 그보다 10배나 빠른 3.6 Mbps의 속도로 동영상을 매끄럽게 전달한다. 시속 120㎞로 달리는 차 속에서 TV를 시청하며 화상회의도 동시에 할 수 있는 휴대용 인터넷인 와이맥스는 무려 20~30 Mbps의 속도를 자랑한다. 
 
카메라인지 휴대전화인지 전문가도 헷갈리게 만드는 700만 화소의 카메라폰과, 음악을 무려 2000곡이나 저장할 수 있는 8GB 저장 용량의 휴대전화 앞에서 노랑머리의 관람객들은 연신 ‘원더풀!’ ‘나이스!’를 외친다. 경쟁사인 일본 ‘교세라’ 명패를 단 직원이 와서 열심히 ‘연구’ 중이다. 삼성전자 트레보 램버트 매니저는 “한국이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세계 전자산업의 경쟁은 광속(光速)으로 진행된다. 그만큼 업계 종사자들은 피가 마른다. 삼성·LG·노키아의 추격에 고전하던 모토로라는 지난해 날씬하고 튼튼한 휴대전화 ‘레이저’ 덕택에 미국시장에서 2위와의 거리를 한참 벌려 놓았다. LG전자 안용규 사장은 “한눈을 팔면 금세 도태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표현한다.
 
외국인의 눈에 한국은 어떻게 보일까. 지난 5년간 전체 가구의 72%에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하고, 10년쯤 뒤면 로봇이 한 식구가 될 나라. “SF(공상과학소설)가 현실이 되어가는 곳”(뉴욕타임스)이다. 
 
한국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생존전략으로 채택한 첨단기술 개발은 성공적인 듯하다. 전자산업은 약진하고 있고, 한국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나 모토로라 등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 ‘2006 CTIA’는 미래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준 전시회였다.
 
김기훈·뉴욕특파원 입력 : 2006.04.0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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