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칼럼

남과 다르면 ‘이상한’ 건가

마도러스 2006. 8. 21. 08:20

남과 다르면 ‘이상한’ 건가

 

하인스 워드(미식축구 선수. 한인 2세) 방한 이후, 어느 혼혈인 탤런트가 한때 ‘외국인 왕따’로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고백을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중학생 교실에서 때마침 ‘주한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이 일어나면서 자신에게 쏟아진 차가운 시선이 너무나 괴로웠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다른 지역에서 전학 왔던 한 친구가 낯선 사투리를 쓰는 바람에 교실은 그 아이가 입을 열 때마다 재미있다는 듯 폭소를 터뜨리곤 했단다. 가뜩이나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 서먹해하던 학생은 자기가 하는 말 한마디에 온 친구들의 신경이 집중되자 어느 순간부터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고 한다. 단지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정도로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았으니,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거나 아예 ‘다른 집단’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겪은 특별한 시선이나 편견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만하다.


과일 가게에서 보면, 과일공장에서 찍어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과일이 한자리에 다 모일 수 있을까, 흥미로울 때가 많다. 그런데 그건 비슷한 과일을 열매 맺히게 한 과일나무의 의도가 아니라 과일장수가 최대한 비슷한 크기끼리 분류해놓았기 때문이다. 아마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모양이 이상한 과일이라면 그 진열대에는 오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유난히 키가 큰 사람들은 체형이 구부정한 경우가 많다. 남들보다 튀어나오는 게 싫어서 본인도 모르게 자세를 움츠리고 지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금만 달라도 “이상해”를 연발한다. 본질이 어떻든 겉보기에 특이하면 무조건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지.

 

장명호 아리랑국제방송 사장 입력 : 2006.04.09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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