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칼럼

상상력의 힘을 믿으세요!

마도러스 2006. 10. 21. 02:24

상상력의 힘을 믿으세요!


요즘 재계 CEO들을 만나면 ‘상상력의 힘’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식과 상상력을 결합한 창의성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불을 지핀 주인공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손혜원 크로스 포인트 대표. 지난 며칠간 ‘조선경제’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기사도 이건희 회장이 일본 도쿄 방문 중 수행원에게 “도쿄에 까마귀가 몇 마리 사느냐” 고 물었던 사건이다. ‘산’ ‘참이슬’ ‘처음처럼’ 등 소주 브랜드를 도맡아 작명(作名)한 손혜원씨의 성공 스토리도 상상력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도쿄 까마귀 이야기는 이건희 회장이 얼마나 상상력을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삼성 일본 주재원이 ‘도쿄에 까마귀가 몇 마리 사는지’ 알 턱이 없다. 이 회장은 도쿄에 사는 까마귀가 광섬유 케이블을 부리로 쪼아 파손하는 사례를 지칭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항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해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의문이 생기면 핵심을 찾아 밑바닥까지 뚫고 내려가 정확한 해답을 얻는다. 시간이 얼마가 걸려도 상관없다. 그 사이에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걸 즐긴다.


한번은 이건희 회장이 휴대폰과 디카, MP3, PDA를 한꺼번에 들고 다니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를 하나로 통합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얼마 뒤 이 회장의 상상력은 세계적인 히트작인 블루투스 폰으로 이어진다.


이 회장이 미국 LA를 찾았을 때였다. 비만 오면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를 수행원에게 물었다. 당황한 수행원은 빗물에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더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여러 실험을 통해 다른 해답이 나왔다. 아스팔트 도로의 작은 홈에 떨어져 있던 자동차 기름이 비가 오면 도로 위에 뜨면서 자동차가 미끄러진다는 것이다. 삼성자동차를 만들 때도 미끄럼 방지 장치인 ABS(안티 브레이킹 시스템)나 TCS(트레킹 컨트롤 시스템) 같은 장치를 반드시 장착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연유다.


예컨대 이 회장은 ‘휴대폰 세계 1등’ 같은 목표를 정하면 매일 그 문제만 생각한다. 연구하다 의문이 생기면 밤 12시든, 새벽 4시든 상관없이 담당 임원을 집에 불러 질문공세를 벌인다. 그리고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덕분일까? 삼성전자는 윌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 80대 다국적 기업 중 창의성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도요타 자동차를 제치고 세계 5위로 랭크됐다. 참고로 1위는 구글, 2위는 노키아, 3위는 야후, 4위는 소니이다.


소주가 곁들여지는 식사 자리에서는 손혜원 대표 이야기가 화제다. 그녀의 직업은 회사 또는 제품의 이름을 짓는 브랜드 컨설턴트이다. 그녀는 숱한 히트작을 만든 힘이 광범위한 독서를 통한 상상력 개발훈련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하루에도 세 권의 책을 몰아서 읽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만화책만 볼 때도 있다. 어렸을 적 읽었던 만화에서, 자주 뒤적거리는 영어 사전에서 그녀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를 들어, 아기 기저귀의 이름을 지을 때 그녀는 사랑을 떠올린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으로 어머니의 품을 상상한다. 그리고 여성의 가슴을 뜻하는 BOSOM이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읽어 ‘보솜이’ 라는 기저귀 이름을 만들어낸다.


상상력은 발전하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동기에서 출발한다. 새파란 하늘을 보고 날고 싶다는 것은 꿈이지만, 새가 날고 있는 모습을 보고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상상력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고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우리 기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영수 산업부장, 조선일보 (태평로 사설). 입력 : 200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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