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사기에 속아 가슴 멍드는 세상
● 한국 형사 정책 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2년 사기 범죄 피해 추정 사례는 33만 8,519건에서 2014년 34만 7,781건, 2016년 51만 5,256건으로 껑충 뛰었다. 2016년 기준 사기 피해 추정 총액만 2조 3,804억원에 달한다. 사기 피해자가 뜯긴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비율은 2014년 91.44%에서 2016년 83.34%로 하락세이나 여전히 피해자 대부분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평소 잘 알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의 경우 마음의 상처가 깊고 세상 자체를 불신하기도 한다.
한국 형사 정책 연구원 최수형 박사는 “지인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다른 범죄 피해자와 달리 ‘내가 그 사람에게 속았다’는 자책감이 커서 정신적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기 범죄를 강력 범죄 보다 가볍다고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기 피해자가 자책감이 지나치면, 우울증에 따른 극단적 선택과 심지어 강력 범죄에 손을 댈 수도 있어서이다. 전문가들이 개인끼리나 국민과 국가 간 불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가 2016년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상’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 통합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타인 신뢰도’에서 우리나라는 35개 회원국 중 23위이다. 그리고, 정부 신뢰도는 33개국 중 29위로 최하 수준이었다.
● 2012년 02월 이모(59)씨는 평소 잘 아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국방성에 자금을 조달하던 외국인 사업 파트너 제프리가 병원 치료를 받으려고 한국에 왔다”며, “병원비를 대신 내주면 높은 이자까지 쳐 갚아주겠다”고 꼬드겼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A씨는 6차례에 걸쳐 1,940만원을 선뜻 건넸다. 이씨는 두 달 뒤, 다시 A씨에게 접근해 “제프리의 호텔 숙박비가 필요한데, 우리가 사용하는 계좌가 세계 은행에서 보증하는 특수 계좌라 인출이 쉽지 않다”며 1,420만원을 받아 갔다.
사기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A씨는 “미국 CIA(중앙 정보국)가 테러 집단인 알카에다 자금으로 의심해 묶어둔 자금을 풀려면 돈이 필요한데, 다시 한번 빌려주면 그간의 빚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이씨의 말에 속아 3,870만원을 더 뜯겼다. 이런 사기 행각을 펼치다 수사기관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2018년 03월 29일 1,0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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