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물리)

왜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차로일까?

마도러스 2017. 3. 22. 11:22


왜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차로일까?

 

● 1차로로만 추월함으로써 예측 가능성 증대

 

많은 운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교통 질서를 모르고 도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바로 고속도로 1차로에 관한 다툼이다.

 

 

도로 교통법 시행 규칙 제16조에 따르면고속도로의 1차로는 추월 전용 차로이다추월 차로는 말 그대로 추월할 때만 사용하고평소에는 누구나 추월할 수 있도록 비워두는 차로이다왜 여러 개의 차로 중 하필이면 1차로가 추월 차로일까?

 

고속도로는 중추 도로 외에 여러 개의 교차로로 구성돼 있다다른 고속 도로와의 합류점이나 분기점나들목 등이 곳곳에 위치한다휴게소 역시 도로 바깥쪽에 배치돼 하위 차로는 수시로 차량이 드나든다당연히 상위 차로에 비해 흐름이 느리다.

 

빠른 차량이 오른쪽으로 앞차를 추월하면하위 차로의 저속 차량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그러니고속도로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추월 차량은 최상위 차로인 1차로로 달리는 것이 안전하다.

 

추월 시에는 앞차 뿐 아니라 앞차의 전방까지 충분히 확인해야 신속하고 안전한 추월이 가능하다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차량은 운전석이 왼편에 있으니 좌측으로 추월해야 전방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서는 추월 차로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제한 최고 속도로 주행 중이니과속 중인 뒷 차에 1차로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당연히 틀린 말이다.

 

운전자는 자신의 차를 안전하게 운전할 의무가 있을 뿐다른 사람의 교통 법규 위반 행위를 제지할 권리는 없다따라서 설령 다른 차량이 과속 중이라도 추월 차로에서의 양보 의무만 있을 뿐이다과속에 대한 제지 단속 권한은 개인이 아닌 경찰에게 있다.

 

물론 뒷차에게 모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앞차가 추월 중이라면 뒷차는 앞차의 추월이 안전하게 끝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추월 중인 앞차에게 상향등을 켜거나 경적을 울리는 행위는 난폭운전으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 선진국에서는 추월 차로 양보를 엄격히 준수한다.

 

일반 도로에는 없는 추월 차로가 고속도로에만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속한 통행을 필요로 하는 고속도로에서 추월 차로를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바쁜 사람들은 추월차로를 이용해 신속히 지나가고 여유 있는 사람들은 1차로를 비워둔 채로 정속 주행하는 체계인 셈이다.

 

만약 추월 차로가 없다면바쁜 운전자들은 모든 차로에서 추월을 시도해야 한다소위 칼치기’ 주행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이 경우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므로 추월 차로로만 주행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다결국저속 차량이 통행 중인 하위 차로를 드나들게 되어 사고 위험성도 크게 높아진다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교통 사고 사망률이 타국 보다 훨씬 높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실제로 주요 교통 선진국에서는 추월 차로를 엄격히 준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유럽의 경우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고속도로 1차로에서 정속 주행 중인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빠른 차들은 1차로로만 주행하니 제한 속도가 훨씬 높아도 안전하다독일 아우토반의 속도 무제한 구간에서는 200km/h로 주행 중이더라도 더 빠른 차에게 칼같이 1차로를 양보한다미국에서는 1차로를 공이 차로(hammer lane)’이라고 부른다권총의 공이가 뇌관을 때리면 총알이 발사되듯이 1차로에 들어가면 총알처럼 빠르게 가속해 추월한 뒤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도로의 기능은 예측 가능성에 따라 작동한다상위 차로에서는 저속 차량이 양보해 줄 것이라 예측하고저속 차량은 빠른 차들이 칼치기를 하지 않고 1차로로만 주행할 것이라고 기대함으로써 훨씬 원활하고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