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역사.문화

고깃국 한 그릇과 찬밥 한 덩어리

마도러스 2016. 1. 8. 10:55


고깃국 한 그릇과 찬밥 한 덩어리

 

중국 전국시대에 중산군(中山君)이라는 왕이 사대부(士大夫)들을 불러 가무(歌舞)를 즐기던 연회(宴會) 석상에서 사소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고기국을 배식할 때가 되어 사대부들 앞에 고기국이 한 그릇 한 그릇 놓여졌는데, 공교롭게도 한 사람 앞에서 고기국이 그만 딱 떨어진 것이다. 국을 푸는 사람이 양을 조절하지 못해 생긴 작은 실수였다. 모두 고깃국을 먹는데 먹지 못한 딱 한 사람 사마자기(司馬子期)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그는 연회가 끝나자마자 달빛을 타고 야밤에 이웃 초(楚)나라로 망명하였다. 그 후, 초나라 왕으로 하여금 중산군을 공격하게 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중산군은 이리저리 쫓기다 그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갑자기 난생 처음 보는 청년 2명이 적들의 빗발치는 화살을 막고 칼날을 피하게 해줌으로써 중산군의 목숨을 구했다.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목숨을 건진 중산군이 그 청년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내 목숨을 구했는가? 그들은 자초지종(自初至終) 사연을 아뢰었다.

 

저희 부친이 살아계실 때, 왕의 군대 병졸로서 왕과 함께 전쟁에 나갔다가 패퇴하여 쫓기던 중에 부상 입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왕께서 저희 부친을 불쌍히 여겨 당신이 드셔야 할 찬밥 한 덩어리를 친히 건네 주셔서 죽기 직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부친은 그 일을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돌아가실 때, 만약 왕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목숨을 걸고 보답하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러던 중에 왕께서 초(楚)나라의 급습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온 것입니다.


중산군(中山君)은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숨을 내신 뒤, 이렇게 말했다. “타인에게 베푼다는 것은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중요하구나! 타인에게 원한을 사는 이유는 크고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데에 있구나! 내가 고깃국 한 그릇에 나라를 빼앗기고, 찬밥 한 덩어리에 목숨을 구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