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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마도러스 2015. 9. 18. 09:56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옛날, 진(秦)나라의 진시황(秦始皇)이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수축할 계획을 세우고 축성 기술자와 노역(勞役)할 인부들을 모은 후, 만리장성을 쌓는 대역사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젊은 남녀가 결혼하여 신혼 생활 1달여 만에 남편이 만리장성을 쌓는 부역장(負役場)에 징용을 당하게 됐고, 일단 징용이 되면 그 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인편을 통해서 안부 정도는 들을 수 있었겠지만, 부역장에 한번 들어가면 공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 없기에 그 신혼 부부는 생이별을 하게 됐다. 아름다운 부인은 아직 아이도 낳지 않은 터라 혼자서 살아갔다. 요즘 같으면 재혼을 하든지 다른 방도를 찾았겠지만, 그 당시엔 딴 마음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남편을 부역장에 보낸 여인이 혼자 살아가고 있는 외딴집에 어느 날 지나가던 나그네 한 사람이 찾아들었다. 길은 먼데 날은 저물었고, 이 근처에 인가라고는 이 집밖에 없었다.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 하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데, 여인네는 과객을 받을 수 없다고 냉정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인에게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보아하니 이 외딴집에 혼자 살고 있는 듯 한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요?” 여인은 숨길 것도 없고 해서 남편이 부역을 가게 된 그 동안의 사연을 말해줬다. 밤이 깊어지자 사내는 노골적인 수작을 걸었고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여인과 실랑이가 거듭되자 더욱 안달이 났다. “이렇게 살다 죽는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습니까? 그대가 돌아올 수도 없는 남편을 위해 정조를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아직 젊지 않습니까? 내가 당신의 평생을 책임질 테니 나와 함께 멀리 가서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사내는 저돌적으로 달려들었고, 깊은 밤중에 인적도 없는 외딴집에서 여인 혼자 절개를 지키겠다고 저항해봤자 소용없었다. 여인은 일단 사내의 뜻을 받아들여 몸을 허락하겠다고 말한 뒤,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이 말에 귀가 번쩍 뜨인 사내는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줄 테니 말해보라고 했다. “남편과는 결혼식을 올렸고, 잠시라도 함께 산 부부간의 도리가 있으니 부역장에 가서 언제 올지 모른다고 해서 그냥 당신을 따라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여기 새로 지은 남편의 옷을 한 벌 싸드릴 테니 날이 밝는 대로 제 남편을 찾아가 이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전해주시고 그 증거로 글 한 장만 받아 오십시오. 어차피 살아서 만나기 힘든 남편에게 수의 하나 마련해주는 기분으로 옷이라도 한 벌 지어 입히고 나면 당신을 따라 나선다고 해도 마음이 좀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당신이 제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는 평생 당신을 의지하고 살겠습니다. 그 약속을 먼저 지켜주신다면 제 몸을 허락할 것입니다.”

 

듣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그날 밤 그 여인과 동침을 하고 난 후, 여인이 내준 새 옷 한 벌을 봇짐에 챙겨 넣고 부지런히 부역장에 가서 감독관에게 그 남편의 면회를 신청했다. 옷을 갈아입히고 글 한 장만 받아 가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히려면 공사장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옷 갈아입는 동안 누군가 교대로 작업장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알게 되었다. 그 남편을 나오게 하고 그 대신 안으로 들어가서 빨리 옷을 갈아입게 하고 편지 한 장을 써달라고 말했다. 남편이 나와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따리를 펼치자 편지가 한 장 나왔다. “당신의 아내 ‘혜옥’입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꺼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해준 남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니, 옷을 입자마자 곧장 집으로 돌아오십시오.”

 

자신을 빼내 주기 위해 그런 수작을 벌인 내막을 알자마자, 남편은 신속히 고향으로 돌아왔다. 교대로 들어간 남자는 남편 대신 종신제 공사장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늘 중얼거렸다. “하룻밤밖에 못 잤는데, 죽을 때까지 만리장성을 쌓는구나” 여기서 나온 말이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속담이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은 흔히 ‘남녀가 한 번만 관계를 맺어도 평생을 살아야 한다’ 라는 뜻이다. 남녀의 한번 관계가 일생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로 오해되는 구절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뜨거운 사랑과 각고의 노력을 의미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