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역사.문화

필리핀(Philippine)의 몰락 원인과 교훈

마도러스 2016. 11. 19. 20:52


필리핀(Philippine)의 몰락 원인과 교훈


인구 1억이 넘는 필리핀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경제 사정이 좋은 나라였다. 한국전쟁(1950-1953)에 참전하여 우리나라를 도와 주기도 했으며, 국민들의 민주의식도 높았고 미국식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정착한 나라였다. 한국전쟁으로 일본과 함께 전쟁 특수를 누렸고, 50년대 경제성장률은 14.5%로 당시 아시아 지역에서 1위였다. 한국과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69년에 역전되었다. 필리핀은 스페인, 미국, 일본의 식민지(1571-1945)였다가 1946년에 독립하였다. 피지배 기간 동안 필리핀인들은 식민지 침탈에 강력히 저항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인의 상징적인 저항과 독립적인 투쟁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한 나라가 몰락한 것이다. 현재의 필리핀은 일일 소득 2달러 미만의 빈곤층 비율이 54%로서, 동남아 국가 중 빈부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부유층의 5%가 부의 90%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허술한 외환관리의 틈새로 증가하는 부를 해외로 빼돌린다. 그리하여 필리핀 통화가치는 계속 떨어져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에선 몇 개의 족벌이 돌아가면서 정치권력을 장악한다. 그리고 필리핀 부유층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도와주지도 동정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부와 권력에 도전하고 저항할까봐 경계심을 갖는다. 그들은 거대한 부를 움켜쥐고서 불안해한다. 그래서 여차하면 해외로 도주할 준비를 해놓았다. 미국 등 선진국에 집과 부동산, 해외 은행에 거액의 달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필리핀 국민과 함께 공존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그처럼 필리핀은 상류계층과 하류계층, 즉 2개의 계급만이 존재하는 나라이며, 중간 계층은 없다. 상류계층은 성처럼 철조망과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그들만의 공간에서 중세의 영주처럼 생활하고 있으며 어떠한 변화나 개혁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혁운동도 방해하고, 선거에서 표를 사며, 지주의 입장에 종속된 사람들에게 투표를 강요한다. 

이렇듯 필리핀이 몰락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식민지 시절의 봉건적 유산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과 만연한 부정부패에 기인한 것이다. 근대적 토지 개혁의 실패로 중세 봉건적 토지 소유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다. 식민지 지배 계급은 종주국의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였으며, 종주국이 바뀌는 역사적 격변기에도 토지조사 사업 등을 악용하여 대토지를 축척하였다. 또한 새로운 종주국은 이런 대토지 소유자들을 파트너로 선택하여 악의 카르텔적인 지배를 하였던 것이다. 

이 뿐 아니라 필리핀을 몰락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독재 권력이었다. 마르코스는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경제 개혁을 추진하여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경제 개혁 등이 실패하자 독재 정치를 시작했고, 각종 부패를 일삼았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여 정당 활동을 금지하고 정적과 언론인을 투옥하였으며, 1976년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였다. 그러다 1983년 정적이었던 아키노를 암살한 후, 온갖 부정을 저지르다 1986년 쫒겨나 하와이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독재자의 일생을 마쳤다. 

필리핀 국민이 피플파워로 철권통치자 마르코스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을 때, 그는 한국 4대 재벌의 자산보다도 많은 돈을 빼돌렸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필리핀을 몰락시킨 독재자 마르코스에 대한 평가는 야뉴스적이다. 그의 22년간의 독재로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하였는데도 마르코스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는 필리핀인의 의식의 한계이며, 우민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마르코스는 기존의 족벌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군부 등 신흥세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기반을 유지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부정부패는 극심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족벌들도 여전히 건재하였으며, 이들은 마르코스가 물러나면서 정치적 지배권을 회복하였다. 그 후 집권세력들은 전통족벌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반개혁적이었고,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대처하지도 않았다. 물론 부정부패가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간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영향으로 필리핀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빈곤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관료사회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모순을 고발하는 언론인, 사회 운동가등이 수없이 매년 백색 테러로 희생되고 있다. 

그리고 전인구의 85%를 차지하는 카톨릭은 기득권 체제와 공생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의 불의와 모순을 극복하는 공평과 정의의 역할이 부재한 것이다. 그리하여 필리핀의 절망적인 구조에 희망을 주지 못하고, 도리어 기득권의 확재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기득권의 불의한 확대재생산은 필리핀 국민들을 처절한 궁핍과 절망으로 빠뜨렸다. 그러한 상황 가운데에서 핍절한 필리핀 국민들은 체념하고 살고 있다. 가난한 상황에서도 희망이 없기 때문에 생존과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산다. 그러다보니 관심이 다른데 있다. 축제도 많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열광한다. 부활절에 십자가를 지고 자상을 입힌다. 대리만족이나 자학적 감정을 투영시킨다. 필리핀은 한마디로 헤쳐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사회인 것이다. 

한국도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는 경제 구조이다. 현재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한국 경제가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 그리고 가계대출은 1천 200조를 넘어섰다. 가계부채가 많으면 소비가 위축되어 경제상황이 나빠진다. 청년들은 일자리 문제로 절망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의 훼손 등 한국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필리핀의 몰락원인을 잘 살펴 그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존중과 실천이다. 민주주의는 사회를 총체적으로 무너뜨리는 독재의 전횡을 막아내고 사회 각 분야를 건강하고 희망이 넘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정의가 확립되도록 힘써야 한다. 공평과 정의가 사회의 화두가 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연구와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