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코믹

살다보니까, 이런 기쁜 일도 있네요

마도러스 2015. 4. 1. 15:31


살다보니까, 이런 기쁜 일도 있네요

 

몇일 전, 서울 시청에 잠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걸이 위에 번쩍번쩍한 지갑(紙匣)이 하나 놓여있더군요. 화들짝 놀라서 내용물을 확인해 봤더니, 왠 조폭같이 머리가 짧고 우락부락한 주민 등록증에 신용 카드하고, 100만원권 수표 15장, 5만원권 지폐 3장, 1만원권 지폐 3장이 들어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일보는데 10분정도 걸리니까 찾으러 오겠지 했는데, 10분을 초과해도 안 오더군요. 그래서, 잠시 갈등하다가 마음의 갈등을 접고 파출소(派出所)로 향했습니다. 파출소에서 경위서(經緯書)에 연락처와 성명 적고 나오려고 하는데, 옆에서 통화하던 여순경(女巡警)이 저보고 ‘잠깐만요!’ 하더군요. 지금 그 지갑 분실자가 오고 있고, 법적으로 보상(報償) 받을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라고요. 그래서 좀 멋적었지만 기다렸습니다.

 

5분정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들어오는 풍채 좋은 조폭이 아니고 스님이시더군요. 그 분이 저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사례(謝禮)하겠다고 하시면서 “지금 이 돈은 당장 써야 하니까 오늘 내로 입금(入金)해 드리겠다!”고 하길래, 그냥 좋은 일에 쓰시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기분이 흐믓하더군요. 그리고, 지하철(地下鐵)을 타려고 가고 있는데, 그 스님이 ‘잠깐만요!’ 하면서 뛰어오시더군요. “이렇게 가시면 내 마음이 참 불편하니까 제발 계좌번호 좀 불러주세요! 라고 하는 거예요. 조금은 사례(謝禮)해야 자신도 마음이 편하고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마시라고 말씀하시길래, 은행 계좌 번호 가르쳐 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3시간이 지난 후에 핸드폰에 문자가 왔길래 봤더니, “000님께서 150만원을 입금하셨습니다.” 라는 문자가 떴습니다. 이거 참, 전 대충 20-30만원 정도 보내겠구나 싶었는데, 스마트폰을 몇대나 살 정도의 큰 금액을 보니까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불법 대출 사기?” 같은 의혹(疑惑)도 생기고요. 그래서, 다음날 파출소에 가서 순경에게 이런 저런 말씀드리면서 돈 돌려드려야 할 것 같은데, 그 분 어디 절에 소속된 분이시냐고 물었더니, 순경(巡警)이 웃으면서 “그냥 쓰시지 그래요? 그 스님이 혹시 제가 다시 찾아올까봐 절대 말해주지 말라고 했어요!” 하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계속 말해주시라고 그 순경에게 졸랐더니, 그 절 이름이 '만우절(萬愚節)'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