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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 아저씨의 무용담(武勇談)

마도러스 2015. 4. 14. 12:22


버스 기사 아저씨의 무용담(武勇談)

 

고교 야간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집에 가서 라면 끓여 먹어야 하는 고민과 함께 집으로 가는 51번 버스를 탔다. 야간 수업까지 하고나면, 얼마나 배고픈지 모른다. 배가 너무 고파서 “차야! 어서 가라!” 하면서 밤에 먹을 라면 종류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에 오던 134번 버스가 앞지르기를 시도하다가 우리의 51번 기사 아저씨와 경쟁이 되어서 급기야 싸움까지 가게 되었다.

 

결국, 신호등 앞에서 두 버스가 마주치게 되었는데, 51번 아저씨와 134번 아저씨가 동시에 문을 열었고, 말싸움에 돌입했다. 그러다가 우리의 51번 아저씨가 열이 받을 데로 받아서 134번 버스로 올라갔다. 결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주위는 온통 긴장했고, 한편으로는 흥미 진진했다.

 

우리는 속으로 “51번 아저씨 이겨요! 아저씨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라고 응원 했는데, 젠장! 134번 아저씨가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우리의 51번 아저씨를 그쪽 버스에 실은 채로 떠나버렸다. 그 순간, 51번 버스에 있는 사람들은 멍해졌다. 기사 없는 51번 버스 안에는 온통 찬바람이 휭하게 불고 있었다.

 

“이 일을 어찌하나?” 하며 51번 아저씨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100미터 전방에서 열심히 뛰어오는 51번 아저씨가 포착되었다. 엄청 불쌍해 보였다. 얼굴은 빨개져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시더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서둘러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정말로 불쌍했다. 땀이 삐질 삐질 흘러내렸다. 51번 버스는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매우 처참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그로부터 딱 2분 뒤, 뒤에서 경찰차가 쫓아오는 것이었다. 경찰차가 우렁찬 스피커로 “51번! 갓길로 대세요! 갓길로 대세요!” 경찰의 목소리는 신경질적인 어조가 섞여 있었다.

 

51번 아저씨는 경찰의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 했다. “134번 버스 한테도 깨지고, 이제는 경찰한테도 깨지는구나. 참으로 불쌍하고 어이없다.” 그런데, 급히 올라온 경찰 아저씨의 말 한마디가 참으로 걸작이었다. “빨리! 차 key(열쇠) 주세요!”


그렇다. 우리의 51번 아저씨는 134번 버스가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추게 되자, 곧바로 차 열쇠를 빼서 뛰어온 것이었다. 134번 버스는 신호등 앞에 멈춰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차안 승객은 또 한바탕 뒤집어졌다. 그리고, 51번 아저씨의 담대한 능력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집에 도착한 나는 라면 먹으면서 연거푸 죽어라 웃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