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 음악

눈물젖은 두만강과 여인의 오열(嗚咽)

마도러스 2014. 4. 26. 10:22


눈물젖은 두만강과 여인의 오열(嗚咽)

1930년대 중엽, 극단 예원좌(藝苑座)는 중국 동북 지방을 순회하며 공연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극단 일행은 두만강 강변의 작은 도시 도문(圖們)의 한 여관(旅館)에 머물렀다. 여관 주인은 조선 사람이었다. 여관 뜰에는 가을을 맞아 단풍 나무가 곱게 물들어 있었다. 그날 밤, 단원 중 작곡가 이시우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고 있었다. 그때 옆방에서 여인의 비통한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방에서 나온 후, 여관 주인에게 사연을 물었다. 여관 주인은 통곡하고 있는 그 여인의 남편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여인의 남편은 독립 운동가였다. 여인은 남편이 일제(日帝)에 잡혀 형무소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먼 길을 달려와 남편을 면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일본군(日本軍)에게 총살된 뒤였다. 그날 밤은 바로 남편의 생일이었다. 여인은 빈 방에서 홀로 앉아 술 한잔 부어놓고 제사(祭祀)를 올리려 했다. 여관 주인이 그 사실을 알고 제물(祭物)을 차려왔다. 여관 주인이 만들어준 제상(祭床)에 술을 붓고 난 여인은 오열(嗚咽)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작곡가 이시우의 마음도 젖어 내렸다. 두만강 푸른 물과 여관 뜰에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지면서 이시우 가슴에는 선율이 생겨났다. 이튿날 아침, 그는 그 여인이 건너온 두만강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악상(樂想)을 가다듬어 작사 작곡했다. 나라 잃은 겨레의 슬픔이 물길을 이룬 채 흘러가는 ‘눈물 젖은 두만강’ 앞에서 그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님을 실고 떠나간 그 배는 어디로 갔소. 그리운 내님이여 그리운 내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김정구 가수가 부릅니다.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33848256 [눈물젖은 두만강 (김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