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 (조선)

최종 병기 활, 명량 해전 승리

마도러스 2011. 11. 7. 09:25

최종 병기 활, 명량 해전 승리


■ 영화 '최종 병기 활(弓)'의 배경은 병자호란(丙子胡亂)


영화 '최종 병기 활(弓)'(감독 김한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병자호란(丙子胡亂)(1636년 12월-1637년 1월) 때, 청(淸)나라 군에게 끌려간 유일한 피붙이 누이를 찾아 나선 조선(朝鮮) 신궁(神弓) 남이는  파란만장 역경을 딛고 누이를 구해 조선 국경 근처로 온다. 그는 아무리 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누더기가 돼도 자신을 추격하는 청나라 장군 쥬신타와 운명처럼 마주선다.


엎치락뒤치락 반전의 반전 끝에 마주선 쥬신타남이의 한가운데에 누이가 서게 되고, 쥬신타는 육중한 육량시(六兩矢) 화살을 누이에게 겨눈다. 남이도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달린 살상용 화살을 ‘드르륵’ 당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남이의 화살이 쥬신타를 향해 ‘핑’하는 소리와 함께 시위에서 튕겨진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남이화살은 한 가운데의 누이 옆으로 ‘휙’ 원을 그리며 휘더니, 누이를 피해 쥬신타의 몸에 쿡 박힌다. 남이가 곡사(曲射)를 쏘았기 때문이다. 2011.08월 개봉돼 구름처럼 관중을 불러모은 영화 '최종 병기 활'(감독 김한민)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 영화에 쓰인 화살을 모두 만들어 주고 치명적 병기 활의 사용 방법에 대해 조언해 준 사람은 시장(矢匠. 화살 장인) 양태현씨이다.


■ '최종 병기 활'에 나온 육량시(六兩矢)와 세전(細箭)


육량시(六兩矢)는 무게가 225g(6냥) 짜리 화살이다. 이 화살은 무게가 있으니까 엄청 강력하다. 하지만 너무 무거운 게 흠이다. 조선 때 무과 시험에서 힘이 있는 몇몇만 이걸로 제 거리를 보내고 대부분이 제대로 쏘지 못하였다. 그래서, 무게가 절반(3냥) 화살인 삼량시(三兩矢)로 바뀌었다. 그 뒤로는 무과 시험뿐 아니라 전투나 연습 때도 주로 이 화살을 썼다. 세전(細箭)화살촉을 날카롭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투 때 살상용으로 쓰이고 수렵에도 이 화살을 사용했다.


명량해전(鳴梁海戰) 승리애기살이 큰 힘 발휘


'최종 병기 활(弓)' 영화에서는 애기살이 나오는데, 편전(片箭)을 말한다. 오랑캐가 '뭐 저런 짧은 화살로 우리와 싸우려 하냐'며 편전을 애기살로 하찮게 부르다 된통 당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도 그랬다. 일반 화살은 그 특성상 적진에 날아간 뒤 그들의 활에 장착돼 아군의 심장으로 날아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애기살의 길이는 45㎝ 정도로 짧아서 다시 쏠 수 없다.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 화살인 셈이다.


애기살을 쏠 때는 덧살이라고 부르는 대나무 살에 덧대서 일반 활로 쏘게 된다. 화살은 작고 덧살을 이용해 똑 같은 힘을 받기 때문에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1597년 09월 16일에 있었던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鳴梁海戰) 승리에서도 애기살이 큰 힘을 발휘했고, 결국 승리했다.


신기전(神機箭)이란 것도 있다. 화약을 달아 발사하는 다연발 화살이며, 로켓과 같은 것이다.


화살이 곡선으로 휘어서 날아가는 곡사(曲射)


곡사(曲射)는 팔을 비틀면서 화살을 쏘게 되는데, 화살이 곡선으로 휘어서 날아가는 것을 말한다. 야구의 커브볼과 같은 원리이다. 그렇지만 팔을 비틀면서 버터야 하니까 힘이 좋아야 한다. 많지는 않지만 요즘 궁사들 중에서도 그렇게 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우리나라는 화살에 관해서는 중국 보다 한참 위였다. 일본의 활은 그냥 활 쏘는 흉내를 내는데, 화살이 날아 가는 것을 보면 영 아니었다. 옛날에 일본 사람들이 한국의 활 명인들을 그토록 빼내려 했던 게 다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활을 중시했던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 활을 좋아했으면 활 잘 쏠 이(夷) 자를 써서 우리 민족을 동이(東夷) 민족이라 불렀겠는가? 무과 시험에도 활 쏘기는 필수였고, 옛날 선비들 역시 심신 단련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기 위해 활을 쐈다. 활을 중히 여기다 보니, 활과 관련된 도구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 화살 하나를 제작하는데 큰 손만 84번 들어간다.


화살 장인(匠人) 양태현씨는 화살을 만들기 전 재료부터 남다른 것을 선택한다. 우선 화살대가 되는 대나무는 강원도 양양과 고성 지역의 시누대(해장죽)를 쓴다. 해풍(海風)을 맞고 자란 시누대는 밀도가 높아 단단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도 대나무가 있지만 재질이 연해서 쓰지 못한다. 시누대도 그냥 사용하는 게 아니라 6개월 이상 그늘에 말린다. 화살에 다는 깃은 제주 꿩의 날개털을 사용한다.


실제 화살 제조는 말린 시누대를 정해진 크기로 잘라 일일이 무게를 측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들마다 원하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겉을 여러 번 불로 구운 뒤 줄질과 사포질을 반복한다. 깃이 붙는 부분의 접착제는 민어부레로 만든 풀을 사용하며 쇠심줄을 말아댄다. 활 시위를 거는 홈은 V형 모양의 오늬를 끼운다. 3개의 깃은 가장 나중에 붙인다.


양태현씨는 "화살 하나를 제작하는데 큰 손만 84번이 들어가고, 작은 손까지 합하면 수백 번의 수공(手功)이 들어야 한다"며 "이것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화살은 여지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