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자산

곧 부동산 버블 터진다면...?

마도러스 2011. 6. 10. 12:21

곧 부동산 버블 터진다면...?


웬만한 선진국들은 다 한 번씩 겪었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 있다. 바로 부동산 버블 붕괴이다.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사무실이 텅텅 비고 집값이 급락한 경험이 있지만, 정부가 분양권 전매 허용 등의 대책을 내놓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복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오랜 경험을 통해 뼛속 깊이 부동산 불패 신화가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선 집값이 갑자기 수십 퍼센트씩 폭락하고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될 정도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점점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산업 은행 경제 연구소는 우리나라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높다.’ 라며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능성이 매우 낮긴 하지만 그렇다고 0%는 아니고, 경제적, 국가적 파괴력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 시나리오는 만약 현실화한다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블랙 스완(검은 백조)(Black Swan)이 될 전망이다.


경제 연구원 등에서 가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금융 위기 때문에 지나치게 낮게 유지해 온 저금리가 정상화하면서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하우스 푸어(집 가진 가난뱅이)(house poor)들이자 부담이 커지고, 견디지 못한 이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에 구매자는 없고 매물만 쌓인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주택 투자 수익률의 하락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2기 신도시 건설이 진행되고, 2015년께 완공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급 폭탄'이 오면서 버블이 붕괴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은행권의 담보 인정 비율(LTV)이 낮은데다 주택 담보 대출의 유동화도 많이 돼 있지 않아, 집값이 20% 폭락한다고 해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금융 시스템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하면 소비도 급감하고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는 등 실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져 올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주택 가격 폭락과 함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침체가 시작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높은 집값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부양책을 펼 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집값이 높아, 젊은 층의 근로 의욕 상실자산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속도로 천천히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일보 최진주 기자, 입력: 201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