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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대 패권 성역(聖域) 무너졌다.

마도러스 2011. 8. 9. 14:26

美 3대 패권 성역(聖域) 무너졌다.


■ 미국의 70년간 지속된 '수퍼 파워' 위상 추락


2011.08.05일 S&P의 미국 국가 신용 등급이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된 이후 그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영원히 유지될 것만 같았던 미국 신용 등급의 하락은 이런 단기적 시장 영향을 넘어 "70년간 지속된 미국 달러 패권(覇權)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그 발단이 된 국가 부채 정치 논란을 거치면서 미국을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 지위에 오르게 했던 군사 패권, 브랜드 패권, 달러 패권(覇權) 등의 3대 패권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축 통화인 달러의 발행권은 그동안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성역(聖域)으로 만들었다.


천문학적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미국의 재정 상태는 다른 나라 같으면 이미 신용 등급이 대폭 강등되고도 남았을 만큼 엉망이지만, 신용 평가 기관들은 미국의 신용 등급을 줄곧 최상급으로 유지하며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2011.08.05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 등급을 'AA+'로 전격 강등했고, 미국 행정부가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 S&P는 이례적으로 토요일인 2011.08.06일 콘퍼런스콜을 갖고 "추가 강등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방만한 재정 운용에서 비롯된 이번 신용 등급 하락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의 신뢰성이 크게 흔들리게 된 것은 물론 70년간 지속된 달러 기축 통화 패권의 위상도 위협을 받게 됐다는 평가이다. 물론 미국 국채를 대신할 대안이 아직까지는 없다는 데도 이견이 없지만, 달러 패권의 변화를 추구하는 중국은 이번 사태를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보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투자 시장 및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문제


상하이 푸단 대학 쑨리젠(孫立堅)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로 미국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시장을 만드는 문제가 매우 중요해졌다"며 "중국과 이해 관계가 같은 외국 국가들과 협력해, 현재의 달러 주도 세계 화폐 체제를 개혁하는 데 중국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정부 재정 적자 감축 논의 과정에서 미국 국방 예산이 '제1 타깃'이 되면서 미국의 군사 패권도 위축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04월 "국방 예산을 향후 10년 동안 4000억달러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불과 몇달 후 부채 상한 증액 협상 과정에서 다시 국방 예산이 도마에 올랐다. 새로운 재정 적자 감축 협상 합의안에 따르면 의회가 2011년 연말까지 추가 예산 지출 삭감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1조 2000억 달러는 무조건 삭감하고 이 중 6000억 달러를 국방 예산에서 감축하도록 했다.


국방 예산이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면서 미국은 해외 군사 작전에서도 예전에 없던 돈 걱정부터 하게 됐다. 2011.07월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시작하고, 최근 리비아 사태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포기하고 나토(NATO)에 작전권을 넘긴 것도 모두 이 같은 맥락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2011년 국방 예산을 작년보다 12.7% 늘린 610억 위안(약 102조6000억원)으로 책정하는 등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미국 군사 패권 독주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 군사 패권, 브랜드 패권, 달러 패권(覇權)의 추락


게다가 달러. 군사 패권의 약화는 다시 '미국'이라는 브랜드 파워 패권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시스템 = 신뢰'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부채 논란 과정에서 정치권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까지 볼모로 잡고 극한의 정파적 행태를 보여준 것은 국제 사회가 미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S&P의 글로벌 신용 등급 책임자인 데이비드 비어스도 미국의 등급을 내린 핵심 고려 사항으로 '정치적 정책 결정 과정을 둘러싼 불확실성 고조' '백악관과 공화당이 보인 정치적 합의 도달의 어려움'을 꼽았다.


타임 최신호는 커버에 미국의 1달러 지폐 모델인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한쪽 눈에 멍이 들어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그림을 실었다. 타임은 '미국의 거대한 내리막길'이라는 커버스토리에서 "의회는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며 "그 결과는 우리가 세계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입력: 201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