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三國).고려

백제, 문익점 800년 이전 면직물

마도러스 2010. 7. 16. 11:33

백제, 문익점 800년 이전 면직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백제 시대 면직물이 확인됐다. 14세기 후반 고려(高麗) 시대 문익점의 목화씨 반입 시점보다 800년 앞선 것이다. 학계에서는 <삼국 사기> 등 문헌에 나온 면직물인 ‘백첩포(白疊布 또는 白布)’로 추정하고 있다. 백첩포는 중국인들이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만든 면직물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고구려, 신라, 백제 당시 국내에서도 만든 기록이 나온다. 백첩포의 실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 부여 박물관은 백제 금동 대향로(국보287호)가 출토된 부여 능산리 사지 서쪽 돌다리 백제 유적층에서 1999년 발견한 폭 2㎝, 길이 12㎝ 가량의 직물을 주사 전자 현미경(SEM)으로 종단면을 관찰한 결과, 식물성 셀룰로오스 섬유로 짜여진 면직물임을 확인했다고 2010.07.15일 밝혔다.


이 면직물과 함께 출토된 ‘창왕명사리감’의 제작 연도가 서기 567년인 것을 감안하면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1363년(공민왕 12년)에 비해 800년이 앞선 것이다. 국내에서 보고된 가장 오래된 면직물은 안동 태사자 묘에서 출토된 흑피화(검정색 소가죽으로 만든 장화) 안감에 쓰인 것이었는데, 그 시기는 고려 말 공민왕 때이다.


1999년 발견 당시 이 고직물(古織物)은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섬유와 실의 상태, 직물의 조직 등이 잘 남아 있어 분석이 가능했다고 박물관은 말했다. 고직물의 정확한 용도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의류의 안감보다는 단일 용도의 물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물관은 “고대의 일반적인 직조법과 달리 강한 꼬임의 위사(緯絲)를 사용한 독특한 직조 방식의 직물로 중국에서도 아직 그 예가 보고된 바 없다”며 “백제인의 독창적인 직조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 분석에 참여한 한국 전통 문화 학교 전통 미술 공예학과 심연옥 교수는 면직물의 기원 전래와 관련, “문익점이 면 종자를 유입하기 전에 국내에서 면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며 “면직물 문화 발상지인 인도나 목화 재배에 적합한 아열대 환경이었던 동남 아시아 같은 곳에서 전래돼 우리 풍토에 맞게 품종을 개량해 토착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연옥 교수는 또 “<한원(翰苑)>에 ‘(고구려 사람들이) 백첩포(白疊布)를 만드는데 청포(靑布)가 특히 아름답다’는 구절이 나오고, <삼국 사기>의 신라 본기 경문왕조(869년)에 사십승백첩포(四十升白布) 40필을 당나라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당시 백첩포는 일반적으로 사용된 직물은 아니며, 외국과의 교류에서 예물로 사용되는 등 극히 귀하게 사용된 직물이었는데, 고려 시대로 가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박물관과 연구진은 2010년 10월 국립 부여 박물관에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추가 분석 등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향신문 김종목 기자, 입력: 201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