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눈이 차갑게 내린다.
★ 새들이 철 모르고
날개짓 하던 저기 저 하늘은
분명 텅빈 허공(虛空)인데
무슨 까닭인지 그 속에서
눈이 내린다.
새들이 그 자리에서 애쓴 흔적도
전혀 남아있지 않은데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으로
하염없이 말도 없이
오늘도
눈이 차갑게 내린다.
★ 텅빈 허공(虛空)의 속을 날던
저 눈송이들에게 생명(生命)이란 무엇인가?
손과 발이 없는 몸으로
그게 법(法)인 줄도 모르고
그 시공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 법(法) 안에서 우주를 바라보며
깊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
나와 새 그리고 눈송이들은
손금 같은 그 이치 속에 갇혀있다.
★ 오늘도
하염없이 말도 없이
눈이 차갑게 내린다.
눈이 내리면
그 사연이야 구구절절 오죽 하겠는가?
하지만, 철 모르는 무정한 나는
그것을 헤아릴 수가 없다.
현상만이 천태만상(千態萬象)으로
온 세상에 빼곡하게 가득하다.
오늘도
눈이 차갑게 내린다.
[글: 최승철 시인의 시(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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