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 오늘도 눈이 차갑게 내린다.

마도러스 2021. 11. 9. 07:22

 

■ 오늘도 눈이 차갑게 내린다.

 

 새들이 철 모르고

날개짓 하던 저기 저 하늘은

분명 텅빈 허공(虛空)인데

무슨 까닭인지 그 속에서

눈이 내린다.

 

새들이 그 자리에서 애쓴 흔적도

전혀 남아있지 않은데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으로

하염없이 말도 없이

오늘도

눈이 차갑게 내린다.

 

 텅빈 허공(虛空)의 속을 날던

저 눈송이들에게 생명(生命)이란 무엇인가?

손과 발이 없는 몸으로

그게 법()인 줄도 모르고

그 시공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 법() 안에서 우주를 바라보며

깊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

나와 새 그리고 눈송이들은

손금 같은 그 이치 속에 갇혀있다.

 

 오늘도

하염없이 말도 없이

눈이 차갑게 내린다.

눈이 내리면

그 사연이야 구구절절 오죽 하겠는가?

 

하지만, 철 모르는 무정한 나는

그것을 헤아릴 수가 없다.

현상만이 천태만상(千態萬象)으로

온 세상에 빼곡하게 가득하다.

오늘도

눈이 차갑게 내린다.

 

[: 최승철 시인의 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