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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주는 교훈

마도러스 2020. 11. 28. 17:32

■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주는 교훈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은 영국에서 1865년 자동차의 등장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다. 붉은 깃발법은 당시 증기 자동차의 출현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마차 업자들의 항의가 들끓게 되자, 마차 사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제정된 법안이다. 그 당시의 자동차는 대부분 버스나 트럭이었는데, 자동차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이 법은 붉은 깃발을 든 기수는 마차를 타고, 자동차의 최소 50m 앞에서 마차로 달리면서 차가 진행하는 것을 미리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운전수. 기관원. 기수 모두 3명을 고용하도록 했고, 자동차 최고 속도를 말 보다 느리게 시속 3km/hr로 규제했다.  붉은 깃발법은 1896년까지 약 30년간 유지되면서 영국에서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욕구를 감소시키는 주원인이 됐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자동차 산업이 크게 위축돼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독일. 미국. 프랑스에 내주고 말았다. 붉은 깃발법 일화는 기존 산업 보호에 역점을 두고, 새로운 산업 모델을 규제로 억누르면, 경제 전체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1826, 영국에서 실용화된 자동차가 등장했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그 때는 마차가 대세였다. 쉽게 말하면, 모든 짐과 사람을 마차가 옮기고 있었다. 마부라는 직업이 있었고. 그런데, 자동차가 나오면서 이런 마부라는 직업이 위협을 받았다. 그리고, 40여년 정도 지나면서 마차는 자동차와 기차에 운송 권력을 내주었다. 자동차가 수천년을 이어왔던 마차를 밀어내던 시기이다. 당시는 2차 산업혁명이 한차이던 시기였다. 2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증기기관의 촉발점이었는데, 이후 내연기관이 나오면서 자동차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 때. 이 시기에 산업 주도권을 잡았던 나라들이 제국주의 패권을 이어갔고, 19세기와 20세기 전세계를 뒤덮었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의 로봇 및 인공지능 기술을 얘기하면서 우리나라가 뒤쳐지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난리를 치는 것도 2차 산업혁명 시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는 충격이 크게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바깥 세상에 어두웠던 우리나라는 결국 신흥 공업 국가이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2차 산업혁명 대열에 합류했던 일본의 36년 식민지(1910-1945) 생활을 했었다.

 

 신기술과 구체제 간의 반목, ‘붉은 깃발법이란 요상한 법률 출현

 

2차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이 그 시절을 초창기 시절을 순탄하게 넘어간 것은 결코 아니다. 기존 노동자들이 떼거지로 일어나서 기계를 때려 부수기도 하고, 심각하게 반발해서 사회 불안을 야기했다. 변화하니까 기존 사람들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영국은 이런 과정이 100여년 넘은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에 별거 아닌듯 보이지만, 그 당시는 아주 갈등이 서로 극심했다. 이렇게 사회 불안적 요소가 커지자, 영국 정부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신산업을 규제하는 법률 제정이다. 영국의 붉은 깃발법이 바로 그것이다. 자동차라는 신기술이 나오고, 이것이 기존의 마부들의 일자리를 위협했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을 규제하는 것이었다. 1865년 제정된 붉은 깃발법은 세계 최초 교통법인데, 아이러니하게 자동차를 규제하는 역할을 했다. 처음 1차로 나왔던 때는 1861년이었다, 차량의 중량은 12톤으로 제한하고, 속도는 시외에서 시속 16km로 제한했다. 시내에서는 시속 8km로 제한했다. 시속 8km라고하면, 천천히 뛰는 정도이다. 마차보다 느리게 운행하라는 것이다. 1865년에 나온 법은 더 구체화되었다. 더 강력해진 것이다. 시외에서는 시속 6km, 시내에서는 3km로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걷는 속도보다도 느린 것이었다.

 

그리고, 1대의 자동차, 그 당시의 자동차는 대부분 버스나 트럭이었다. 운전수와 기관원, 기수 모두 3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했다. 이중 기수는 붉은 깃발을 들고 다녔다. 자동차 앞 50m를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했다. 밤에는 붉은 등이었다. 이 법률이 좀 무리수다보니까 13년 후에 개정되었다. 기수를 없앴지만, 전방 보행 요원은 존재했고, 그 거리를 18m로 단축했다.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무조건 정지하고. 그리고 말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되었다. 법률 제정 당시 자동차의 속도는 이미 시속 30km 이상의 성능을 지녔었다. 그야말로 제도가 기술의 발전을 억제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 일은 영국 자동차 산업의 퇴조를 불러왔다. 결국, 2차 산업혁명 후발주자였던 프랑스. 독일. 미국은 더 빠른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였다.

 

그러다보니까, 영국은 철도까지 독일과 미국에 완전히 뒤쳐지게 되었다. 결국, 이 법률은 1896년 폐지되었다. 하지만, 한 번 잃은 주도권은 다시 되찾아오기 힘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영국은 식민지를 다 잃었고, 제조업 주도권까지 미국이나 후발 개발 도상국에 넘겨주면서 영국은 공업 국가가 아닌 금융 국가로의 변화를 하게 되었다. 영국의 롤스로이스. 미니 등 유명 자동차 브랜드도 해외에 팔리게 되었다. 최근에 영국이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있다. 금융 산업만큼은 절대 뒤쳐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최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샌드 박스(sandbox)라는 것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쉽게 말해 새로운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왔을 때 그게 바로 사회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허용은 하되, 일정 테두리를 두고, 거기서 나오는 파급 효과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무조건 금지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에 19세기 영국에 자동차 규제에 대해 샌드 박스(sandbox)가 도입됐다면, 웨일즈 특정 도시에 자동차 자유 도로를 만들어놓고, 그것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주는지. 마부들의 일자리를 빼앗겠지만, 이후 내연기관의 발달, 교통 수단의 발달, 무기 산업의 발달 등에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현대 사회에 주는 교훈

 

사실 가상 화폐 규제를 놓고, 우리 정부가 영국 붉은 깃발법의 교훈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약간 결이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카풀(carpool). 스타트업 규제 등에 적용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붉은 깃발법 같은 법이 통과되고, 수십년간 유지되던 배경에는 당시 사람들의 불안감도 한몫했던 것 같다. 예컨대, 지금 우리가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시대 도래를 앞두고 어떻게 변화할지 걱정하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도 당시 기계가 자신들의 일자리를빼앗는다고 걱정을 했다. 이 때 일어난 사건이 1812-1813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다. 기계 파괴 운동이다. 러다이트(Luddite)라는 가공의 인물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대량 생산의 시대에 수공업 위주의 노동자들이 위협을 받은 것이다. 19세기 대량 생산 체제가 되면서 빈부 격차가 커지게 된다. 노동자는 계속 가난하게 노동자로 살 수 밖에 없고, 부속품처럼 된다. 그리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분배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이 때, 비정규직 섬유 노동자들이 밤에 몰래 기계를 부수거나 공장을 불태웠다. 기계에 일자리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의 반란 같아 보이지만, 다시 보면 계급 투쟁과 같은 면도 있었다. 없는 자들이 가진 자들에 대한 대항했던 것이다. 부의 분배가 공정치 못하다보니 발생한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우리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