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응급)

환자 몰리는 명절 응급실 지키려다 순직

마도러스 2019. 2. 7. 21:18


■ 환자 몰리는 명절 응급실 지키려다 순직

 

국립중앙의료원(NMC)에서 국내 응급 의료 분야를 6년간 진두지휘하며 응급 환자 전용 헬기 (닥터 헬기도입 등을 주도한 윤한덕 중앙 응급의료 센터장(51)이 설 전날인 2019년 01월 0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설 명절 응급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퇴근을 미루고 초과 근로를 하다가 과로사한 것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고 있다. 2018년 12월 말 진료 시간 이후에 찾아온 정신 질환자를 돌보려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임세원 강북 삼성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이어 환자에게 헌신한 또 한 명의 의료인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 응급 환자 몰리는 명절 지키려다 급성 심정지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윤한덕 센터장은 2019년 02월 04일 오후 6시경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행정동 2층 중앙 응급의료 센터장실에서 발견됐다검안의는 급성 심정지’(심장마비)라는 1차 검안 소견을 내놓았다발견 당시 윤한덕 센터장은 책상 앞에 앉은 자세로 있었다전문가들은 발견 당시 정황으로 미뤄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한 급성 심근 경색의 전조 증상도 없이 빠르게 의식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의료원 측은 누적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하고 있다.

 

윤한덕 센터장은 연휴를 하루 앞둔 2019년 02월 01일 공식 일과를 마친 후에도 퇴근하지 않고 센터장실에 남았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전했다중앙 응급 의료센터는 국내 응급 의료 인력과 시설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특히 명절에 업무가 늘어난다대형 교통 사고로 환자가 한곳에 몰려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전국 응급실 532곳과 권역 외상 센터 13곳의 병상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이날도 윤한덕 센터장이 전국 각지에서 생기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 응급의료 상황실을 점검하려고퇴근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원 직원들이 윤한덕 센터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19년 02월 01일 오후 8시경 동료 의사와 저녁을 함께 먹고 각자 업무 위치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윤한덕 센터장이 가족과 함께 설에 귀성하기로 해놓고주말 내내 연락이 닿지 않자그의 아내는 2019년 02월 04일 직접 병원 집무실을 찾았다가 직원들과 함께 숨진 그를 발견했다윤한덕 센터장은 슬하에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자녀가 1명씩 있다.

 

● 환자 생각에 자기 몸 돌보지 않 응급실 지킴이

 

국립중앙의료원과 지인들에 따르면윤한덕 센터장은 평소에도 주중엔 거의 귀가하지 않고센터장실에 놓인 간이 침대에서 잠을 해결하며 일에 몰두했다한 동료는 침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노숙인이 머물 법한 허름한 침상이었다고 전했다발견되기 전날 밤에도 센터장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경비원들은 평소처럼 야근을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고 한다윤한덕 센터장과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평소에 윤 센터장이 위장약 말고는 먹는 약도 없을 만큼 건강했기 때문에 처음엔 사망 소식을 믿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 이국종 교수, “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기분

 

윤한덕 센터장은 전남대학교 의대를 졸업했다모교에 응급의학과가 생긴 1994년 ‘1호 전공의로 자원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됐다하지만응급 환자가 간신히 구급차에 타도 엉뚱한 병원을 전전하거나 응급실에서 여러 진료 과목의 협진을 받지 못하고 숨지는 현실을 본 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는 2002년 중앙 응급 의료센터 창립과 함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2년 07월엔 센터장이 됐다그 이후 닥터 헬기와 권역 외상 센터 도입 등 국내 응급 의료계에 일어난 주요한 변화가 전부 윤한덕 센터장의 작품이다.

 

그는 종종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급 의료 체계에 대한 고민을 길게 올렸다. 2018년 10월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닥터 헬기 착륙장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환자를 살리는 데에 중대한 걸림돌이었지만누구 하나 발 벗고 해결에 나서지 않던 문제들이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은 윤한덕 센터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통해하면서 응급 의료계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여해온 영웅이자 버팀목이었다어깻죽지가 떨어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이국종 교수는 자신의 저서 골든 아워’(Golden hour)에 윤한덕이라는 제목의 챕터 하나를 할애해서 출세에 무심한 채응급 의료만을 전담하며정부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도 센터를 이끌어왔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