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이 잘 살아야 진짜 좋은 사회
언론들은 유난히 자주 “서민 허리 휜다”느니, “서민 생활 어렵다”느니 하는 기사를 많이 쏟아낸다.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언제나’ 맞는 말이라는 데 있다. 이제껏 ‘서민 생활 여유롭다’나 ‘서민 살이 좋아졌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틀린 말이지만, ‘힘드니까 서민이다’는 맞는 말이다. 10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서민은 언제나 힘들었다. 힘들지 않으면 서민이 아니라 부유층이다. 그렇다고 서민 생활이 계속 나빠진 것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의 서민은 굶기를 밥 먹듯 했다. 어린 자식을 공장 노동자나 남의 집 침모로 팔았다. 박정희 정권 시대의 서민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고, 자식 대학 보낼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서민의 평균 생활수준은 조선시대의 어지간한 양반 보다 훨씬 낫다.
문제는 서민의 삶이 ‘절대적’으로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자기는 무거운 짐 지고, 다섯 발짝 걸었는데, 남이 맨몸으로 스무 발짝 걷는 걸 보면, 더 힘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을 제한하고,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 서민들을 덜 힘들게 하는 일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중소상인에게 과중하게 부담해 온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며,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것이 ‘친 서민정책’이다.
이 나라 대다수 언론은 언제나 서민 생활을 핑계로 ‘친 서민정책’을 공격하고, ‘친 재벌정책’을 옹호해 왔다. ‘재벌과 부자들이 더 많이 벌어야 서민 생활도 나아진다’는 ‘낙수(落手)효과론’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정말 '서민'을 걱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그들은 언제나 광고주, 기업주, 건물주들의 편이었다. 그런 언론의 주장을 믿고, 덩달아 ‘친 서민정책’을 공격하면, 서민 생활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반세기 넘게 똑같은 자들이 똑같은 거짓말을 하는데도 계속 속는다면, 그런 사람은 서민이 아니라 우민(愚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서민이 잘 살도록 꾸준한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 서민이 잘 살아야 진정으로 좋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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