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미생물)

샤워기 헤드, 비결핵 항산균 조심!

마도러스 2019. 1. 10. 21:09


샤워기 헤드, 비결핵 항산균 조심!

 

“천식. 기관지 확장증 등이 있는 만성 폐질환자라면가습기를 사용하지 말고 샤워기 헤드는 6개월~1년에 한 번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게 좋습니다대중목욕탕의 온탕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고원중 삼성서울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하천수돗물토양 등 자연 환경에 널리 분포하며온수 샤워 때 발생하는 수증기에도 섞여 있어 누구나 매일 노출되는 비결핵 항산균(抗酸菌. acid-fast bacteria)’ 감염은 기관지 확장증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 만성 폐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급성 폐렴 등을 일으켜 치명적일 수도 있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샤워기를 오래 쓰다 보면내부에 많은 가 끼어 있는데여기서 사는 비결핵 항산균들이 온수를 틀 때수증기 형태로 함께 뿜어져 나와 기관지를 감염시키기 때문이다가습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증기를 통해 항산균을 퍼뜨릴 수 있다건강한 사람에겐 문제가 되지 않지만만성 폐질환자에겐 급성 폐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고경과를 예측하기 힘들 때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정수 처리 과정 중 염소로 소독해도 살균되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끈질기다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2년 안에 폐가 망가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기관지 내벽은 섬모(작은 털)와 점액으로 덮여 있어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먼지 등을 잡아내 가래 형태로 밖으로 배출한다하지만감염 등으로 섬모들이 손상돼서 점액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세균이 번식해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결국 기관지가 영구적으로 늘어난다기관지 확장증인데 잦은 감기독감이나 결핵세균성 폐렴면역력 약화암모니아 등 독성 물질 노출에 따른 염증협착괴사로 기관지 기능이 떨어지고비대해져 반복적인 기침짙거나 피가 섞인 가래가 생긴다증상 부위가 광범위하거나 COPD를 동반한 경우호흡 곤란천명음(쌕쌕거림)이 발생할 수 있다.

 

항산균(抗酸菌. acid-fast bacteria)은 세포벽에 지질이 많아 일반적인 염색액으로 쉽게 염색되지 않지만일단 염색되면 알코올염산 등을 처리해도 쉽게 탈색되지 않는()의 탈색 작용에 저항하는 박테리아를 말한다결핵균나병균도 항산균의 일종이다결핵균나병균을 제외한 150여종의 다양한 박테리아에 비결핵 항산균이란 이름을 붙여주다 보니 잘 듣는 항생제가 없고 어느 정도 듣는 약도 제각각인 경우가 흔하다그래서 결핵 보다 치료가 훨씬 어렵고치료 기간도 1-2년은 걸린다그러나병원성이 낮으며사람을 통해 전염되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비결핵 항산균은 균을 배양해 현미경으로 검사해도 결핵균과 구분이 안 되고흉부 X-선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도 결핵과 비슷해 결핵으로 오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해야 감별할 수 있다그래서 과거에는 결핵이 아닌 비결핵 항산균 감염증으로 확진되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최근에도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은 채 결핵약부터 쓰다가 듣지 않아 1-5개월 지나서 제대로 진단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최근 비결핵 항산균으로 인한 폐질환 치료가 어려운 중요한 이유를 밝혀냈다치료 기간 중에 유전자 특징이 전혀 다른 새로운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2-2013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중 균주 배양까지 마친 49명으로부터 배양된 500개 이상의 비결핵 항산균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73%(36)는 유전자 특징이 전혀 다른 새 균에 감염되어 있었다이들은 평균 32개월가량 치료를 받았지만균은 제거되지 않았다. 49명 중 49%(24)는 완전히 다른 균만 가지고 있었고, 24%(12)는 기존 균과 다른 균이 뒤섞여 있었다기존 감염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내성을 보인 환자는 27%(13)에 그쳤다새로운 항생제나 복합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많다는 얘기이다치료를 시작한 뒤새로운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되는 데는 평균 12개월이 걸렸다. 25%는 6개월을 넘기지 않았다선진국에선 환자 가정으로 공급하는 수돗물과 샤워 꼭지 등에 대해서도 비결핵 항산균이 있는지 조사하고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한다우리나라는 아직 기초 연구도 부족한 만큼 일상 환경에 얼마나 퍼져있는지 정확한 실태 조사부터 서둘러야 한다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흉부학회 학술지 호흡기 및 중환자 의학(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