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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동산도 일본식 거품 붕괴올까?

마도러스 2018. 10. 20. 00:27


■ 한국 부동산도 일본식 거품 붕괴올까?

 

독일 자유베를린 대학 경제학과 카트리나 크놀 교수 등이 2018년 발표한 흥미로운 논문 글로벌 주택 가격 조사에 따르면세계 부동산 시장은 일본과 일본 이외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1913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 세계 12개국의 실질 주택가격은 100여 년 동안 약 4배 상승했다그러나일본은 그 추세가 다른 나라들과 달랐다. 1913년부터 1990년까지 약 31배 상승한 후다음 25년간 약 50% 하락했다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본은 부동산 세계의 갈라파고스’ 같은 존재였다.

 

1990년을 전후한 일본의 부동산 시장 버블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당시 일본 동경 도심 내에 자리했던 황거(皇居일대 부동산 가치 평가액이 미국 캘리포니아 전체를 사고도 남을 정도였다우리나라에 빗대면 황거 일대는 광화문 정도로 볼 수 있다일본 부동산 시장은 갈라파고스와 같은 존재여서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하기가 어렵다.

 

● 왜 일본 부동산은 다른 선진국과 다른 길을 걸었을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본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됐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다른 한편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일본 중앙은행이 강력한 저금리 정책을 펼친 것을 빼놓을 수 없다미국프랑스독일일본영국 재무장관이 외환 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 시정에 합의하면서 엔고’ 불황이 시작됐다당시 달러당 240-250엔 수준이었던 환율은 100엔까지 떨어졌다.

 

수출 경기가 부진에 시달리면서 일본중앙 은행은 1985년 5% 수준이었던 금리를 2.5%까지 인하했다금리를 낮추면엔화 매수 심리가 약해져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였다강력한 저금리 정책 덕분에 엔고 불황은 막을 수 있었지만그 대신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도쿄 핵심 지역에 있는 아파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1984년 6.9배에서 1988년에는 15.6배로 단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 일본 당국의 오판이 일본 장기 불황의 원인을 초래했다.

 

금리가 인하되자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재테크에 나서기 시작했다. 1989년 금융권을 제외한 일반 기업체의 부동산 매수 규모가 10조엔을 넘어섰다내수 경기를 부양해 부진을 완화한다는 취지였으나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기업이 버블의 주범이 됐다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1990년대 초반 일본이 정권 교체와 일본 은행 독립 등 국내 이슈로 빠른 조치가 어려웠던 점이 장기 불황을 이끌었다.

 

주택 시장의 거품이 확대되자일본 은행은 1989년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2.5%였던 금리를 1990년 6.0%까지 인상하니부동산 시장은 일거에 얼어붙었고여기에 중동 걸프전 충격까지 가세하면서 경제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 한국이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가 올 가능성은 낮다.

 

일본 중앙 은행은 1991년부터 1992년까지 일본 경제 성장률이 무너지고 나서야 금리 인하 조치를 취했다일본 정책 당국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부동산 폭락으로 인한 경기 불황 장기화를 초래했다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는 정책을 펼친 것이 결국 일본 부동산 시장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일본 부동산 시장의 경험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과거 일본처럼 거품이 심해서 조만간 가격 하락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하지만일본은 그동안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거품을 형성했다. 1986년 이후 실질 아파트 가격이 40% 남짓 상승한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가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