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바이러스 예방하는 범용 백신
바이러스 종류와 유전자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한 차례 접종만으로 모든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이 개발되고 있다. 매년 새 백신을 개발할 필요가 없고, 신종 바이러스가 갑자기 출몰해도 대처가 가능한 기술이다. 수천 년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고전하던 인류가 드디어 막강한 대항 무기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의 한국인 과학자 강상무 교수와 농림수산 검역검사 본부 이윤정 박사 등 공동 연구진은 바이러스 표면의 M2e 단백질로만 백신을 만들었다. 동물 실험에서 이 백신은 바이러스 종류에 상관없이 효과를 나타냈다. M2e 단백질은 물질이 오가는 통로이다. M2e 단백질은 항체를 많이 유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사람과 조류, 돼지의 M2e 유전자들을 연결해 백신용 단백질을 새로 만들었다. 새 단백질은 자연 상태 보다 훨씬 많은 항체를 만들어냈다.
●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임상 시험 단계
영국 옥스포드 연구팀은 모든 형태의 독감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전 세계 최초의 계절성 독감 백신에 대한 2000명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2년 이상에 걸쳐 임상 시험 중이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백시텍(Vaccitech)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새로운 백신이 항체 대신 체내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죽이는 T 세포를 강화하게 해 작용하며, 모든 유형의 바이러스 종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이다. 이 같은 T 세포가 한 가지 형 이상의 독감 바이러스를 퇴치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새로운 백신이 일반적인 독감 백신과 병행 사용시 더 좋은 효과를 내고,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3가지 형태로 개발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바이러스의 중심부에 있는 코어(core·핵심) 단백질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기존 백신은 단백질로 구성된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에 맞춘 형태의 항체가 생산되도록 한다. '열쇠-자물쇠' 조합처럼 돌기와 모양이 맞는 항체가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원리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돌기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변이가 일어나도 형태가 바뀌지 않는 코어 단백질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다. 영국 백신 개발 기업 백시텍(Vaccitech)은 2017년 10월 세계 최초로 코어 단백질을 공략하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백시텍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진이 2010년 설립한 벤처 기업이다. 백시텍은 2017년 영국 성인 145명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 시험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했고, 2018년 말부터는 백신의 효능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임상 두 번째 단계에 돌입한다. 백시텍은 2018년 01월 15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으로부터 2700만달러(약 290억원)를 투자받았다.
둘째, 바이러스의 표면 돌기에서 형태 변화가 거의 없는 기둥 부분만을 공격하는 범용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표면 돌기는 머리와 기둥으로 이뤄져 있는데, 머리에 비해 기둥이 상대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적다. 다시 말해 적군의 무기나 옷은 매번 바뀌지만 신발이 늘 같다면, 그 신발로 적군을 파악하고 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도록 아군(항체)을 훈련하는 식이다. 미국 제약사 얀센과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는 바이러스 돌기 단백질의 기둥 부분을 공격하는 백신을 만들어 동물 실험에서 예방 효과를 확인했고, 2018년 내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도 시작할 예정이다.
셋째, DNA(유전자) 백신도 주목받고 있다. DNA 백신은 여러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모방한 DNA 조합을 사람에 주사하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다른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를 직접 넣지 않고 기능하지 않는 DNA만 넣기 때문에 일반 백신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삼성의 지원을 받은 미국 바이오 벤처 이노비오가 DNA 백신 개발의 선두 주자이다.
● 암. 메르스. 말라리아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변이가 많아 대응이 쉽지 않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는 신무기가 바로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이다. 범용 백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아무리 변신을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 부분을 항원으로 삼는다. 범용 백신의 개발 원리는 암. 메르스. 말라리아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개발 속도라면 2023년에는 범용 백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용 백신은 단순히 독감 예방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신종 플루,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 증후군) 등 예상치 못한 전염병이 갑자기 유행해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기존 방식은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추출해 배양한 다음 백신을 개발한 뒤,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반면, 범용 백신은 개발 속도가 기존 백신에 비해 16배가량 빠르고, 대량 생산이 용이해 생산 비용은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 내과 교수는 "상용화에만 성공하면 전 세계 보건 의료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선진 연구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연구 개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DNA 보다 10배 이상 유전적인 변이가 빈번한 리보핵산(RNA)으로 구성되며, 바이러스가 새롭게 복제될 때마다 겉모습이 조금씩 변함에 따라 우리 몸의 항체가 정확하게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데 혼란을 야기한다. 또한 8개의 분절형 게놈으로 구성된 바이러스 RNA가 재배열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대변이가 한꺼번에 생기는 항원대변이(Antigenic shift)를 거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의 머리 부분은 매번 바뀌지만, 줄기 부분은 거의 변화가 없다. 과학자들은 헤마글루티닌의 줄기 부분을 주목했다. 줄기를 항원으로 삼는 백신을 개발하면 머리 부분이 변이를 일으켜 바뀌더라도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매년 바뀌더라도 우리가 표적으로 삼은 단백질은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접종을 할 필요가 없다. 범용 백신 개발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선진 연구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범용 백신은 머지않은 미래에 신변종 바이러스 출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업, 대학, 연구원 등 다양한 연구 주체들이 다각적인 연구 협력을 도모하고, 정부와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을 때 이러한 신기술 개발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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