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케어는 의료 개혁의 좋은 기회
문재인 케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문재인 케어가 그간 의료계가 주장해왔던 많은 요구들이 실현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건강 보험 보장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가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혁명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본다. 그리고, 미국의 의료 제도 특히 미국내 한국인들의 입장과 경험에 의거해 알아본다.
● 미국 의료 제도 문제의 본질은 의료 민영화이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2/3 이상)이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저렴한 의료법 (Affordable Care Act)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럼, 한국과 미국의 의료 시스템 무슨 차이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한국은 국가가 의료 시스템을 장악 관리하고, 미국은 의료 민영화가 이미 많이 진행되어 정부의 힘의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국민건강 보험공단에서 건강 보험금, 가입자 관리, 본인 부담금 산정, 의료 수가 등을 정하고 강제하는 것이고, 같은 조건의 환자라면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반면, 미국은 한국처럼 단일화된 의료 체계가 아니다. 수많은 의료보험 회사와 의료 기관이 각각의 환자 정보 관리, 진료 및 비용 청구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마치 다양한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한 보험 회사와 의료 기관들에 비교해 미국 국민들은 철저히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가족의 의료 보험비가 매달 60불 정도부터 3,000불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으며, 진료를 받으러 갈 때 지불하는 비용 또한 차이가 많다. 세분화된 의료 기관마다 환자 관리를 따로 하기 때문에 본인 분담 청구서가 여러 군데서 날아온다. 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보장은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 미국인 개인파산의 60%는 의료비 과다 지출
제대로 된 의료 보험이 없어서 질병을 충분히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미국인들이다. 고가의 본인 분담금 때문에 가정이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를 입어서 피를 흘리면서도 보험 회사에 전화해서 보장을 얼마나 받을지, 자신의 분담금을 얼마 정도 될지, 가까운 병원이 in-network인지 out of network인지 확인하느라 눈물까지 흘린다. 보험 없이 현금으로 내면, 500불이면 될 것을 의료 보험으로 치료하면 병원에서 10배를 보험 회사에 청구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잘못된 의료 보험 이야기들은 끝이 없습니다.
결론은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의료 시스템을 민영화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의료 민영화였습니다. 민간 의료 보험사와 민간 의료 기관은 수익율에 집중하게 되고, 정부가 의료 가격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또한 방대해진 의료 관련 기업들의 힘이 여론을 주도하고, 의료법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정하거나 개정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1965년에 제정된 국민 사회 보장법을 제정하면서 생긴 메디 케이드, 메디 케어의 부담이 고령화로 점점 커져가는 것입니다.
오바마 케어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본뜬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지요?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 듯 합니다. 어쨌든 오바마 케어 덕분에 최저층등 의료 서비스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바마 케어 전에는 보험 회사가 자신들의 약관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손해가 나는 환자는 치료 안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았습니다. 보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보험 회사가 '이건 타당하지 않으니 못해준다'하면 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치솟은 의료 보험료 때문에 불평하는 국민들이 많고, 한국의 의료 보험료 수준을 아는 한국 교포들은 더더욱 불만이 많습니다.
아플때 한국에 가서 검사도 하고 병을 고치고 왔는데, 외국인으로서 높은 치료비를 냈는데도 미국에서 보다 훨씬 저렴하더라는 얘기는 너무나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의료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건강 보험 보장 강화 정책이 완성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 최고의 자랑거리가 될 것입니다.
● 의료계의 뿌리 깊은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불신
그간 의료계는 정부 정책에 불신이 컸다. 보험 급여의 저수가 때문이다. 건강 보험 급여 중심의 진료로 병원 운영이 쉽지 않다. 그래서, 건강 보험의 통제를 받지 않은 비급여 진료가 용이한 진료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자리잡아 있다. 최근 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전무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외상 진료 센터가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또한, 의사들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심사 삭감은 악명이 높다. 심사 기준이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는 매우 획일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의학적 기준보다는 건강 보험의 재정 논리에 따른 심사 기준이 많기에 그렇다.
의료 전달 체계의 문제도 심각하다. 의료 기관들은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서로 환자를 두고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거대 자본 조달이 가능한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덩치를 키우면서 의료 전달 체계를 무시한 채 전국의 환자를 빨아들이는 공룡이 됐다. 이 속에서 가장 큰 피해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는 동네 의원이다. 이같은 조건에서 비급여 항목을 값비싼 고수가로 가격을 책정해 유지해 왔는데, 이를 급여화하면 수가가 절반 정도로 떨어지기에 그렇다. 그래서, 의료계는 국민을 위한 건강 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 문재인 케어는 과거 보장성 확대 정책과는 다르다.
문재인 케어는 과거 정부가 추진해온 보장성 확대와는 그 내용이 다르다. 비급여의 건강 보험 적용 시 비급여 수가가 인하되는 것은 과거와 같다. 하지만, 비급여의 수가 인하에서 발생하는 차액은 그대로 보존해 기존 보험 저수가를 정상화하는데 쓰인다. 산술적으로 보장성 확대로 인한 의료계 손실은 없는 셈이다. 또한, 이는 그간 보험급여 저수가, 비급여 고수가를 둘 다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의료 수가를 적정수가로 보장하겠다고 대통령이 발언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문재이 케어로 인해 의료계가 직접적인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 비급여 비중이 평균 수준 보다 높은 의료 기관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기형적인 의료 체계에 의존한 결과이기도 하다.
● 잘못된 의료 체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출발점
문재인 케어가 우리의 왜곡된 의료 체계를 모두 정상화할 수 있는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의 의료 체계를 정상화하는데 기여하는 정책이다. 여전히 70%의 건강 보험 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여전히 적지 않기에 그렇다. 의료계는 정부가 제시한 비급여 차액 보전이 적정 수가를 보장해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볼 것이다. 이번 문재인 케어는 단지 비급여의 건강 보험 편입시 삭감된 수가를 보전해주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케어가 지금보다 더 적정 수가에 가까운 정책을 시행한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이번을 기회로 삼아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고 무력화하기 보다는 이를 활용해 비급여 없이도 적정 수가로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비급여는 한국 의료 체계를 병들게 해온 핵심이다. 국민이 의료비 부담을 느끼는 이유이며, 저수가 체계를 온전시키고 필수 의료 서비스 진료를 위축시켜 의료 공급 체계를 왜곡한 원흉이다.
● 의료 개혁 추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
의료 보장 제도가 탄탄한 나라들 대부분은 비급여가 없다. 우리도 비급여는 규제하고 급여 진료 중심으로 재편해 건강 보험 보장을 높이고, 그것으로 의료 기관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문재인 케어에 참여해 의료계의 요구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의료계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이다. 지금의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 보다 의료 개혁에 적극적이고, 의료계의 주장을 이해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입원 진료비에 포괄 수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보편적인 흐름이다. 서로간의 불신과 조장이 우리 건강 보험 제도를 정상화시키지 못하는 요인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 의료계. 정부. 국회가 보건 의료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국민. 정부. 국회. 의료계가 모여 건강 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탄탄한 재원 대책을 세우고, 의료 전달 체계 개편, 일차 의료 강화, 적정 수가, 공공 의료 확대 등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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