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문화

윤선도(尹善道) 오우가(五友歌) 중에서

마도러스 2017. 3. 6. 16:21


■ 윤선도(尹善道) 오우가(五友歌) 중에서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곧 지고 ,

풀은 어찌하여 푸르는듯 하다가 곧 누렇게 되는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영원히 변치 않는것은 바위 뿐인가 한다. (윤선도 오우가 중에서)


꽃과 풀의 생명이 짧은데 대하여 바위의 영원성을 찬양한 것이다. 꽃이나 풀이 가변적이고 세속적이라 한다면, 바위나 돌은 영구적이고 철학적이다.


꽃이나 풀이 부귀 영화의 상징이라 한다면, 바위는 초연하고 달관한 군자의 풍토이다.


그리하여 동양화의 화제에는 바위가 많이 등장한다.

화선지 위에 늠연한 바위를 그려놓고 "석수도"라 하여 바라보며 좋아했고, 마당귀에 작은 바위를 옮겨다 놓고 물을 주어 이끼를 앉히며 즐거워 했던 것이다.


무미함 속에서 최상의 미를 맛보고 적연 부동한 가운데 뇌성 벽력을 듣기도 하고, 눈감고 거문고를 타는 마음이 모두 돌의 미학에서 나온다고 바위를 찬양한 시인도 있었다.


그만큼 돌은 동양미의 진수와도 통했던 것이다.

오늘날도 수석을 애호하는 사람들은 돌을 찾아 강바닥을 뒤지기도 하는 것이다.


고산 윤선도는 그의 고향인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거울같이 맑은 마음으로 바위를 바라 보면서 바위같이 변하지 않는 절개와 신념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윤선도(尹善道) 오우가(五友歌)  


나의 벗이 몇인가 헤아려 보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이 밝게 떠오르니 그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로다.

나머지는 그냥 두어라. 이 다섯 외에 더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구름의 빛깔이 깨끗하다고 하지만 자주 검어지네.

바람 소리가 맑다지만, 그칠 때가 많도다.

깨끗하고도 그칠 때가 없는 것은 물(水)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까닭에 피자마자 쉬이 져 버리고,

풀은 또 어찌하여 푸른 듯하다가 이내 누른 빛을 띠는가?

아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위(石)뿐인가 하노라.


따뜻해지면 꽃이 피고, 추워지면 잎이 떨어지는데,

소나무(松)야!, 너는 어찌하여 눈서리를 모르고 살아가는가?

깊은 땅 속까지 뿌리가 곧게 뻗은 것을 그것으로 하여 알겠노라.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 곧게 자라기는 누가 시켰으며,

또 속은 어찌하여 비어 있는가?

저렇게 사철 늘 푸르니, 나는 그것(竹)을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온 세상을 다 바추니

한밤 중에 광명이 너(月) 보다 더한 것이 또 있겠느냐?

보고도 말을 하지 않으니 나의 벗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