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宗敎) 개혁

일부 승려들의 은밀한 사생활 공개되다.

마도러스 2014. 1. 16. 22:48

 

일부 승려들의 은밀한 사생활 공개되다.

 

일부 승려들이 카드 도박을 하면서 술. 담배를 하는 동영상이 여과 없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처음 자료를 접했을 땐 '승려를 사칭한 속세 사람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승려들이었다. 그것도 아주 고위급 승려였다.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 중 한 명은 조계종에서 매우 중추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서울 유명 사찰의 주지였다. 게다가 이 주지승은 불교계에선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중앙 종회 회원이다. 중앙 종회 회원의 경우, 호법부(검찰에 해당)에서 범죄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종회의 동의가 없으면 면책되는 최고위직이다. 도박판에 연루돼 검찰에 고발당한 8명은 주지승이 소속된 사찰의 부주지, 지방 사찰의 방장 등 국내 불자들의 모범이 돼야 할 승려들이었다. 외제차를 몰고 고기를 먹는 승려도 일부 있다는 소문은 들어봤지만, 실제로 이런 모습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국내 불교계의 깊숙한 치부를 드러낸 이 동영상은 어떻게 공개됐을까?

 

이 동영상을 검찰에 제출성호 스님 역시 누가 찍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 고발 전날인 2012.05.08일, 자신이 머물고 있는 절의 불당에 누군가 놓고 갔다는 것이다. 몰래 카메라 촬영은 그 자체로 범죄이고 도덕적으로도 비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밀에 부치려 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치밀한 과정으로 볼 때, 누가 찍었든 한 사람이 혼자 벌인 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는 도박판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됐다. 13시간 동안 끊기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촬영이 됐다. 누군가 승려들 이름으로 예약된 방을 알아내 잠입한 다음, 미리 카메라를 설치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하필 그 자리에서 도박판이 벌어질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그 전에 이 승려들이 그날 도박을 벌일 거라는 것을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이 승려들은 백양사의 방장이었던 수산 스님의 49재(齋)에 참석하러 전국에서 왔다. 49재 전날 오랜만에 만나 카드 게임을 하자고 사전 모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날 함께 도박하는 것은 미리 말을 맞출 필요도 없는 뿌리 깊은 관행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건 이날 도박판이 벌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누군가가 몰래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을 것이다. 예약된 방을 미리 알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드시 도박판이 벌어질 그 장소에, 그 위치에 설치돼야 하고, 제 시간에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력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카메라 위치엔 별다른 가구가 없고 벽에 창문만 있는 곳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날 그 장소에 있던 승려들 가운데 누군가 자기 가방에 몰래 카메라를 달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번 사건을 누가 꾸민 걸까? 2011년부터 고불총림인 백양사에서 주지, 방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갈등이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도박판에 연루된 승려들은 모두, 두 주지 후보 중 한 명과 더 가까운 승려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교계에선 조계종 지도부를 겨냥한 공격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고발인인 성호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측과 계속 갈등을 빚던 인물이다. 2009년부터 총무원장의 승적을 문제 삼으면서 총무원장 당선 무효 소송 등을 벌였고, 여러 차례 갈등을 빚던 끝에 2010년초 결국 승적을 박탈당했다. 따라서 백양사의 한 세력과 총무원장 반대파가 함께 일을 꾸몄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90년대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등장하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와 비교하면 많이 개혁됐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불교계 내부에선 권력 암투가 여전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이번 몰래 카메라가 어떤 의도에서 촬영됐든 실제 고위 승려들이 도박판을 벌였다는 사실 그 자체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신도들은 이미 일부 고위 승려들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예전부터 있어왔다고 전했다. 이미 높은 곳에서부터 깊이 썩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억대 도박판에 대한 조계종 측의 해명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관계자는 우선 "제보한 스님이 승직을 박탈당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어 "억대 도박판은 너무 과장됐다"면서 "한 번 판돈이 억대가 아니라, 밤새 오간 전체 판돈의 합이 억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 승려들의 평소 씀씀이가 얼마나 되기에 이런 식의 해명을 하는 걸까? 어차피 한 번 건 돈이 억대일 것이라고는 애초 생각지도 않았지만, 한 번 판돈이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이라고 해서 판돈이 적은 걸까? 승려들이 시주 받은 돈으로 술판. 도박판을 벌였다는 본질 자체가 변하는 걸까? 구정물 같은 속세에서 힘없는 서민들이 위안과 희망을 구할 틈은 있는 것일까? (2012년 0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