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과학 문명

新 모계사회, 처가살이 풍속 유행

마도러스 2011. 8. 3. 13:47

 

新 모계사회, 처가살이 풍속 유행 


■ 처가(妻家)살이 하는 남성 20년만에 3배 증가


대학원생 김모(31)씨는 한 집에 같이 사는 장모와 함께 다음 달 동해안으로 여름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유학 가기 전까지만 친정에 들어가 살자는 외동딸 아내(30)의 설득에 시작한 처가(妻家)살이가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김씨는 "신혼 분위기를 제대로 잡을 수 없어 조금 불편하긴 해도 전세금 대출 갚을 걱정하며 사는 친구들을 보면 처가(妻家)살이를 선택한 것을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육아 등 경제적 이유로 처가(妻家)살이를 하는 남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1.07.24일 통계청의 2010 인구 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처가(妻家)살이를 하는 남성은 20년 만에 3배(1990년 1만8088명→2010년 5만3675명)로 늘어난 반면, 시집살이를 하는 여성은 1/2(1990년 44만4634명→2010년 19만8656명)로 줄었다. 이는 장인. 장모나 시부모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의사 결정권을 가진 경우만 따진 통계이다.


■ 처가(妻家) 근처에 터를 잡는 경우도 흔하다.


장인. 장모를 부양하는 처가(妻家)살이 말고도, 처가(妻家) 근처에 터를 잡고 사는 경우는 이제 흔한 풍경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新) 모계 사회 현상으로 해석한다.


대기업 회사원 이모(35)씨는 4년 전 결혼할 때 처가(妻家)가 있는 빌라 옆동을 사서 신혼 살림을 차렸다. 아이 키우기엔 처가(妻家) 근처에 터를 잡고 사는 경우는 ‘처가(妻家) 살이 하는 것이 더 낫다.’ 라는 판단에서였다. 제2금융권 회사에 다니는 현모(39) 과장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000년 결혼한 후부터 처가(妻家)가 있는 동네에 집을 잡아 주말에는 거의 처가(妻家)에서 밥을 먹고, 장인과 낚시를 간다.


육아(育兒) 문제는 신(新) 모계 사회 등장의 커다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학원 강사 강모(34)씨는 3년 전 서울 시댁(媤宅)에서 나와 경기도 안양에 있는 친정 근처로 이사 갔다. '돈 얼마 번다고 회사 저녁 회식까지 꼬박꼬박 챙기냐'며 눈치 주는 시댁(媤宅) 어른들에게 아이를 맡기기 지쳐서라고 했다.


처가(妻家) 살이 하는 것이 더 낫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여성이 육아를 맡고 있는 현실에서, 시부모와 아이에게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시집살이보다는 아이에게만 신경 쓰면 되는 친정살이가 여성에게 더 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처가(妻家)살이, 시집살이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2010년 구직 포털 알바몬(albamon)이 조사한 결과, 남자 대학생 315명 중 202명(64.1%)이 '처가살이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시집살이를 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여대생은 36.5%에 그쳤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 교수는 "이는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성(性) 역할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정훈 기자, 입력: 201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