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칼럼

청계천 생태 복원 주장은 코미디

마도러스 2010. 5. 25. 11:21

청계천 생태 복원 주장은 코미디


■ 서울시가 청계천 수질 개선 및 생태 복원 효과에 따라 자연 유입된 대표적 토종 어류로 ‘갈겨니’를 든 데 대해 환경 단체가 발끈했다. 갈겨니는 섬진강 수계의 어족으로 청계천에 존재할 수 없는 인위적 방사의 결과일 뿐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물고기 '갈겨니'는 '오염에 매우 약하므로 강 중ㆍ상류의 1-2급수 맑고 흐름이 느린 물의 수초 주변에서만 산다. 사람이 손을 댄 강바닥이나 저수지 물에서는 살지 못한다. 주로 물 속 곤충을 먹고 살며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등쪽이 어둡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몸 길이는 최대 20cm 이내로 작아 모양, 크기가 언뜻 피라미와 닮았다.

 

그래도 명색이 잉어 종류여서 영어이름도 검은 잉어(dark chub)이다.' 민물고기 '갈겨니'에 대해 자연 도감과 인터넷 등의 단편적인 정보를 모은 내용들이다. 회나 매운탕 거리로 맛이 괜찮다는 소개도 있다.


■ 물고기에 웬만큼 상식이 깊은 이가 아니고선 이름도 생경한 토종 어류 갈겨니가 뜬금없이 논란의 소재가 된 것이다. 서울시가 청계천 수질 개선 및 생태 복원 효과에 따라 자연 유입된 대표적 토종 어류로 갈겨니를 든 데 대해 환경 단체가 발끈했고, 갈겨니는 섬진강 수계의 어족으로 청계천에 존재할 수 없는 인위적 방사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환경 단체는 갈겨니 뿐 아니라 최근 청계천에 대한 자체 현장 조사에서 발견된 줄납자루, 가시납자루 등 다른 민물 어종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모두 청정 하천에서 사는 물고기들이다.


■ 우선 서울시의 주장은 한 눈에 봐도 코미디이다. 알다시피 청계천 5.8km 구간을 흐르는 하루 12만 톤의 물은 자양 취수장에서 걸러진 한강물과 인근 지하철역 주변의 지하수를 강제 공급하는 것이다. 당연히 깨끗할 수밖에 없다.

 

당초부터 수질이 좋아졌느니 마니 얘기할 여지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굳이 수질 개선을 통한 생태계 복원 주장까지 치닫는 건 너무 나간 것이다. 청계천은 도심의 물길을 다시 보게 된 정도로 족하다. 수질 개선을 말하고 싶으면 차라리 청계천 맑은 물이 합수하는 중랑천의 물을 얘기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환경 단체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서울시 주장의 허구를 논박하는 선에서 그쳤으면 더 좋을 뻔했다. 어항에서야 섬진강 물고기가 아니라 열대어를 키운들 무슨 문제일까?

 

그런데, 이 정도 문제로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한 대목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문제를 무작정 확대하면 도리어 힘을 잃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 논의 구조에서 자주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한국일보 이준희 논설위원, 입력: 2010.05.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