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암.종양)

줄기세포, 전투세포로 암(癌)과 싸운다.

마도러스 2009. 11. 3. 11:52

 

줄기세포, 전투세포로 암(癌)과 싸운다.


● 세계 최초, 가족 줄기세포로 'NK 세포' 배양 주입


전쟁에서 최전방 부대는 적군과 가장 먼저 전투를 벌이면서, 후방 부대가 반격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 인체에서는 '자연 살해 세포 (NK 세포, Natural Killer cell)'가 그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 환자에서는 이 세포가 크게 약해져 있어 암세포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국내 연구진이 이 문제를 줄기세포로 해결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미 국내에서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최인표 박사는 투명한 용기에 들어 있는 액체를 들고 "인체의 최전방 부대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역 세포에는 B세포와 T세포도 있지만, 이들은 암 세포가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한참 뒤에나 항체 등을 분비해 암 세포를 무력화시킨다. 말하자면 NK 세포는 최전방 부대이고, B세포와 T세포는 후방 부대인 셈이다. NK 세포는 B세포. T세포의 공격을 유도하는 신호를 보낸다.


NK 세포를 암 치료에 사용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암 환자에서 NK 세포를 분리한 다음, 실험실에서 수를 늘려 다시 환자에 주입했다. 하지만 주입한 세포 중 10-20%만이 치료 효과를 보였다. 암 환자의 NK 세포는 수나 힘이 정상인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2세대 치료법은 환자 대신 건강한 사람의 NK 세포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역시 문제가 있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혈액에 NK 세포가 많지 않아 치료에 쓸 만큼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실험실에서 증식도 잘 되지 않았다.


최 박사팀이 개발한 3세대 치료법은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서 원시세포인 줄기세포를 뽑아내 NK 세포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조건이 맞으면 원하는 세포를 무한정 만든다. 줄기세포로 NK 세포를 만든 것은 최 박사팀이 세계 최초이다. 2009.09월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탯줄 혈액(제대혈)이나 골수, 지방세포 등에서 추출한 이른바 성체 줄기세포에서 2228종, 수정란에서 얻은 배아 줄기세포가 2건. 하지만 대부분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를 정상 세포로 대체하는 것이다.


면역거부 반응 문제도 대부분 해결  


최 박사팀은 환자 가족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면역거부 반응도 크게 줄였다. 2세대 치료법은 전혀 모르는 사람의 NK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소수의 외국 군인들을 불러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최 박사팀의 3세대 치료법은 우리나라에 맞는 젊은 군인들을 새로 길러 대규모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말기 혈액암(백혈병) 환자는 가족으로부터 골수를 이식받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골수를 제공한 가족의 줄기세포로 NK 세포를 만들어 주입하면 면역거부 반응을 대부분 회피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미 동물실험에서 줄기세포로 만든 NK 세포가 혈액암, 간암, 대장암 세포를 완전히 박멸한 결과를 얻었다.


NK 세포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환자 가족에게 성장인자를 주사한다. 그러면 줄기세포가 골수에서 혈액으로 빠져나와 쉽게 뽑아낼 수 있다, 그전에는 직접 척추에 주사기를 꼽아 골수 혈액을 추출했었다.


2단계는 줄기세포에만 달라붙는 물질을 주입한다. 이 물질에는 자석처럼 자성을 띠는 물질도 달라붙어 있다. 3단계는 모래가 뿌려진 책받침 밑에 자석을 대고 움직이면 쇳가루가 따라오듯, 자기장을 걸어주면 줄기세포만 따로 뽑아낼 수 있다.


핵심 과정은 줄기세포를 NK 세포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줄기세포가 NK 세포로 자랄 때 시기별로 특이하게 작동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후 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켤 수 있는 물질을 단계마다 주입해 NK 세포를 만들었다. 국내외 특허 등록된 핵심 기술로 2005년 '셀(Cell)' 자매지인 '이뮤니티(Immunity)'에도 발표됐었다.


● 세포 주입량 결정이 관건


최 박사는 서울아산병원 혈액종양과 이규형 교수팀과 말기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 박사는 "관건은 환자에 따라 적절한 NK 세포 주입량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혈액암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간암, 대장암, 뇌암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한 국제협력도 진행 중이다. 미국 워싱턴대는 또 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를 암 치료에 이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 박사팀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글로벌연구실(GRL)로 선정돼 워싱턴대와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말하자면 암 치료 전선에 최전방 부대와 후방 부대를 동시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입력: 200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