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소아청년)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

마도러스 2008. 11. 16. 23:17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탓 과외활동 줄이고 즐거운 ‘놀이’를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민규는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다. 엄마가 하루 1시간밖에 허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은 일요일에 실컷 해보라고 내버려두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민규가 상담을 받는 동안 지나치게 많은 과외활동을 끊어 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아이에게 여유가 생기면서 컴퓨터에 몰두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전에는 아이가 컴퓨터에 잡아먹힌 것 같았는데 지금은 스스로 끄기도 하고, 엄마가 끄라고 하면 “알았어” 하고 순순히 컴퓨터 전원을 내린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정식이는 상담센터에 와서도 늘 게임만을 선택한다. 상담자에게 지면 늘 자기가 이기는 게임을 가져와서 상담자를 이기고 나서야 기분이 풀린다.

정식이도 컴퓨터 때문에 엄마와 승강이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하루 정한 시간만큼을 하고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더 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컴퓨터에 지나치게 빠진 아이들에게는 나이와 관계없이 공통된 특성이 있다.

 

첫째, 현재 부모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탓에 인정받고,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둘째, 잘하고 싶은 욕심은 많지만 힘들고 어려운 것을 견뎌내는 힘이 부족하다.

셋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공부는 하기 싫고 또, 공부를 안 하니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와 내심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수학 100점을 받기는 어렵지만 게임으로는 쉽게 잘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기에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어렵다.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기보다 왜 그토록 게임에 열중하는지, 거기서 얻어지는 게 무엇이기에 그토록 매달리는지 헤아려야 해결책이 나온다.

 

민규의 부모는 모두 명문대를 나왔지만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잘 풀리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민규에게는 부모가 못 이룬 꿈을 이루게 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립학교를 보내고 과외 활동을 많이 시켰다. 그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겨 공부를 스스로 하는 자발성과 인내력을 키우지 못했는데, 학원을 정리해 여유가 생기니 컴퓨터 게임에도 덜 빠지게 된 것이다.

 

컴퓨터에 지나치게 빠진 경우에는 부모 자녀 관계가 이미 망가진 경우가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모 자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혼내지 말고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 공부 이외의 활동에서 잘한다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로봇 조립을 완성한 것이나 수학을 백점 받은 것에서 똑같은 성취감을 얻는다. 또 과도한 과외활동을 줄여 아이의 생활을 여유롭게 하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운동을 시키는 것도 좋다. 부모와 함께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배드민턴 등을 함께하는 것도 좋고, 윷놀이·카드놀이 등 컴퓨터 게임이 아닌 놀이로 즐겁고 화목한 시간을 늘려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이 건강해지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믿음이 생기면 자연 컴퓨터게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신철희 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 입력 : 2004.03.02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