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소아청년)

이별에 대한 아이의 슬픔

마도러스 2008. 11. 16. 23:15

이별에 대한 아이의 슬픔

초등학교 2학년 영주는 몇주 전에 산 강아지가 병이 들어서 다른 강아지로 바꾸었다. 영주는 정이 든 강아지와 헤어진 걸 참으로 슬퍼했다.
 
 1학년 민경이는 일곱 살 때 병아리를 샀는데 다음 날 바로 죽었다. 그래서 아파트 놀이터 근처에 묻어주었는데, 민경이는 그 옆을 지나다닐 때마다 죽은 병아리가 생각난다며 우울해했다.
 
단 하루를 함께 살았던 병아리이지만 아이의 마음엔 1년이 넘도록 생생하게 살아 있었던 것이다.
 
여섯 살 정섭이는 엄마가 무리하게 상담을 끝내려 해 할 수 없이 종료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상담 마지막 날 아침에 정섭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침부터 심통을 부리며 말도 못 붙이게 한다는 것이었다. 정섭이는 상담자와 헤어지기를 원치 않는데 상담자마저 자기를 지켜주지 못하고 버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들 역시 살아가면서 크고작은 이별, 죽음과 같은 영원한 이별을 겪는다. 밤에 잠을 자는 것은 매일 이별 연습을 하는 셈이다. 엄마와 안정된 애착을 맺은 아이들은 밤에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엄마와 다시 만난다는 확신이 있어 엄마와 떨어져 잘 수 있다.

 

반면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정한 아이들은 잠시 떨어지는 상황이라도 엄마와 영원히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는다. 만 3세에 부모가 이혼하여 아빠와 살고 있는 민규는 엄마를 기억하고 있다.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엄마는 미국에 있다”고 하면서 표정이 굳어진다. 암묵적으로 집에서는 엄마 얘기를 꺼내서는 안되는 것이어서 아이는 가슴속 깊이 슬픔을 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아이에게 이별과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실을 부정하거나 숨기면 아이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어른들이 슬퍼하고 절망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 역시 상황을 금방 눈치채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이 슬픔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를 의식적으로 깨닫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따라 이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취학전 아동은 상상이 발달하는 시기여서 죽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서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살아갈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죽음이라고 하면 움직임이 없는 상태, 어둠, 잠을 연상한다. 그러므로 죽음을 삶과 완전히 결별하는 사건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아이에게 사실대로 설명해 주는게 좋다. 자연현상에서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것, 곤충이 태어나서 죽는 것과 연관지어 설명하면 납득시키기가 쉽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이 나이의 아이들과는 좀더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슬픈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게 하고, 어른들이 의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주자.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고,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별의 고통스런 감정을 잘 다루면서 아이는 앞으로 살면서 겪을 크고 작은 이별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 입력 : 2004.02.24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