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역사.문화

몽골에서 여자는 왕대접 받는다.

마도러스 2006. 7. 26. 04:01
몽골에서 여자는 왕대접 받는다.


몽골에선 여자가 왕이다. 몽골인들에게 가장 큰 명절은 음력 1월 1일, 하얀 달의 날(차강사르)이다. 음력 계산법이 약간 다르지만, 우리네 설과 같은 의미이다. 이 날은 사람들이 부모님을 찾아가 세배를 드린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꼭 부모님을 찾아가는데, 울란바타르에 사는 아들이 부모님을 찾아가려면 천오백킬로미터를 차를 타고 움직이는 일도 있다. 또 수시로 가축을 데리고 이사를 하는 부모님을 찾느라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다반사다. 우습고도 지난한 여행이다. 그나마 인구가 240만에 불과해 교통대란이 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부모님과 친척을 만나면 서로 두 팔을 감싸주면서 건강과 희망을 기원한다.

차간사르는 일년이 시작되는 날이면서 봄이 시작되는 날의 의미이다. 차간사르 아침, 유목민들은 만두(보오즈)와 양고기를 준비한다. 하얀 달의 날이기에 하얀색 만두를 먹는 것인데, 우리의 흰 떡국, 중국의 만두 요리와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보오즈는 맛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날에 먹는 음식의 의미도 있다. 유목민은 정착민처럼 많은 음식을 차려서 먹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음식에 고기와 야채,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보오즈는 몽골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 들어온 음식이라는 문제는 있지만, 지금은 몽골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초행의 여행객들이 차간사르 때 몽골을 방문한다면, 일주일 이상 만두만 먹어야 하는 일이 고역이 되기도 한다.양고기는 내장을 없애고 목과 다리를 자른 후 통째로 삶아서 탁자 가운데 차려놓는다.

양고기는 손님에게 접대하는 가장 중요한 음식이다. 손님에게 주되 주인이 직접 잘라주지 않고 손님에게 먹을 것을 권한다. 그러면 손님 중 제일 나이가 많은 남자가 고기를 잘라서 같이 온 일행에게 나누어 준다. 양을 통째로 삶아서 놓는 것은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 요리와 비슷한데, 양고기는 몽골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몽골인은 특히 특히 앞다리 부분과 갈비 부분을 좋아한다. 달(양의 등 뒤의 뼈)과 제일 긴 갈비뼈 4개와 앞다리 상박 부분(4 Undur)은 따로 옆에 준비하여 놓고 먹는다(이 부분이 가장 맛이 좋은 부분이다). 반면에 갈비뼈 마지막 짧은 뼈(Bogtos)와 뒷다리 종아리(Bogino Khavirga)는 먹지 않는다. 그건 노예(Bool)들이나 머슴들이나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강사르 때는 먹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경우가 많다.

양력 1월 1일도 휴일이다. 하지만 차간사르가 새해의 첫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유목민들은 해와 달과 별을 가지고 날짜를 계산하는 사람들이다. 원래 유목민들은 별자리를 보고 날짜를 계산했다. 유목민들은 하늘만 보면 날짜도 알고 일기 예보도 안다. 요즘 사람들은 선조들의 능력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어머니들은 하늘을 보면 날씨가 좋을지 아니면 추워질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별자리나 하늘 보다 연말연시 축제에 더 정신을 쏟는다. 세계 어디나 있는 풍경을 몽골도 배워가는 것이다. 12월부터 중순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파티가 많아서 계속 노느라 바쁘다. 어지간한 식당에선 저녁을 먹을 수 없다. 모두 예약이 돼 있기 때문이다.




 

유목민들이 좋아하는 또 하나의 기념일은 나담축제이다. 몽골인의 다른 기념일을 보자.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과 같은데, 몽골은 특히 이 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여성의 날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있다. 유목민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는 매우 높다. 남자는 전쟁과 사냥을 하고, 밖을 돌아다니는 일만 하기 때문에, 집안에서의 모든 일은 여성이 한다. 원시모계사회의 형태처럼도 생각되는데, 몽골의 여성 권위는 이보다 더 개방적이고 현대적이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대학에 가야 할 나이가 되는데, 둘 다 가르칠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여자아이가 대학에 간다. 어느 부모든지간에 남자는 막노동을 해서도 살 수 있지만. 여자는 그렇지 못하니 딸이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몽골인들도 남자 아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를 지켜줄 사람으로서 필요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적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남자가 필요하다는 정도이다.
이혼을 하게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 양육권과 집을 포함한 재산권이 부인에게 귀속된다. 우리완 거의 반대 현상이다. 여성은 생활 곳곳에서 중대한 의사결정권자이다. 만약 소를 하나 파는데도 여자한테 꼭 물어봐야 한다. 소가 좋은지 안 좋은지 아는 건 여자이다. 젖이 잘 나오는 좋은 소를 남자가 그냥 판다면 문제이지 않은가. 여자가 반대하면 소는 절대 팔지 못한다. 남편이 전쟁 때문에 오래 나가 있으면 좋은 초지를 찾아 떠나야하는 것도 여자의 몫이다. 모든 가족의 생사를 여자가 쥐고 있는 것이다. 남자의 역할보다 여자의 역할이 유목에게는 더 중요한 것이다.여성의 날에는 행사가 많다. 애를 제일 많이 난 엄마를 모아서 파티하고, 제일 나이 많은 할머니 모아서 파티하고, 애들이 유명한 엄마들 모아서 파티하기도 한다. 애를 많이 난 어머니에게 주는 훈장도 있다(Aldard Ekh).

 

6월 1일은 어린이날이다. 사회주의 시절 어린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 날은 울란바타르 중앙에 있는 수흐바타르 광장과 놀이동산이 사람들로 가득 차는 날이다. 선물도 받고 외식도 하고, 어린이들에겐 우리나 몽골이나 천국 같은 날이다. 1997년부터는 이 날을 어머니의 날로도 지정했다. 자식과 부모가 서로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날이 된 것이다. 지금 몽골의 대통령인 엥크바이르 대통령의 생일도 6월 1일이다. 어제(이번 어린이날)는 일본에서 스모 선수로 활약하는 다우가 도르즈(Davga Dorj)를 비롯해 몽골 스모 선수들이 와서 애들과 시간을 가졌다. 공연도 많았고, 대통령 주재 행사도 많았다.



 

11월 26일은 몽골 독립의 영웅 수흐바타르를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원래는 몽골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첫 헌법을 만들어 선포한 날(Uls Tunkhaglasny bayar)인데, 헌법 선포자가 수흐바타르여서 그를 기념하는 의미가 강하다. 몽골은 1921년에 중국으로부터 독립이 됐는데, 당시는 칸체제였다(복드칸). 복드칸은 1924년 죽는다. 당시의 실권자였던 수흐바타르는 러시아 혁명의 영향으로 몽골을 사회주의 국가로 바꾸게 된다. 그러나 13인의 독립 영웅 중 리더였던 수흐바타르는 헌법을 선포한 지 8일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12월 4일). 아직도 폐렴이라는 사인을 믿을 수 없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수흐바타르는 몽골인들의 기억 속에서 크게 자리잡고 있다.  

2월 22일은 수흐바타르 장군이 태어난 날이다. 휴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이 날을 스승의 날이라고 부른다. 학교마다 파티를 하고, 훌륭한 선생님을 뽑아 상을 준다. 3월 18일은 국군의 날인데, 이 날도 1911년 수흐바타르가 중국 군인들을 몰아낸 날을 기념해 제정했다. 수흐바타르가 중국군을 몰아내기 위해 군인들을 모집해 ‘국민군’이라 칭한 날이기 때문이다. 수흐바타르는 사람들이 쓰는 지폐 속에도 들어있다(칭기스칸이 아니고는 유일하게 등장하는 지폐 모델이다). 또한 몽골인들의 최대 놀이터인 중앙 광장도 이름이 ‘수흐바타르 광장’이다. 결혼식이 있거나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 또 어린이 날이나 다른 기념일 때, 수흐바타르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찰 정도이다.

몽골은 지금 자본주의 국가이다. 1990년 사회주의를 포기하면서 17년동안 물가가 50배나 올랐지만,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는 좋아진 부분도 많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되면서 사라진 국경일도 있다. 성대하게 치루던 5월 1일 ‘세계 노동자의 날’ 기념일이 국경일에서 빠졌다. 10월 7일은 러시아의 레닌이 붉은 혁명을 이룬 날이라 같이 기념했는데, 이 날도 1990년을 기해 폐지되었다. 그때는 중앙정부청사 앞(수흐바타르 광장)에 높은 사람들이 나와 있으면,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면서 지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사회주의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진 풍습이다. 그 자리에 서 있던 레닌 동상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몽골인들은 세계에 딱 2개 남은 레닌상이라고 한다.


2006/06/02 JR의 몽골 리포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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