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문화

[스크랩] 무학대사와 이성계이야기

마도러스 2006. 6. 30. 07:17

무학대사와 이성계이야기


고려가 국운이 쇠퇴하여 쓰러져가고 있을 즈음,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뜻을 품고 팔도의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제사를 행하고, 신불의 가호와 허락을 받고자 다녔는데 곁에는 항상 무학대사가 동행하였다. 그런데 팔도 명산의 산신령들이 모두 좋다고 허락을 하였는데, 유독 회문산의 산신령만이 건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무학대사와 더불어 상의한 끝에 ‘회문산 만일사’에서 백일제를 지냈는데, 백일이 되던 날 밤 꿈에 산신령이 현신하여 말하기를,


"네 정성이 가상하여 눈감아 주되, 대사를 도모할 천시가 아니므로 백성 없는 왕이 될 것인즉 이 절에 천일향을 시주하고 백성을 다스리지 말고 섬기도록 하여라"하였다 한다.


꿈에서 깬 이성계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럴 것이 천일향 쯤 시주하는 일이야 어렵지 않지만, 도대체 천시가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이며, 백성을 다스리지 말고 섬기라 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 섬기는 것이 된다는 말인가?


고민에 빠져 다시 잠들지 못하고 전전하고 있는데 곁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줄만 알았던 무학대사가 부스럭거리고 일어나 등촉에 불을 당기고 나더니,


"장군은 이제 다 끝난 일을 가지고 무얼 그리 걱정하십니까"하였다. 알고 보니 무학대사도 같은 꿈을 꾼 것이다. 이성계가 놀란 표정으로 "그렇다면 대사도 꿈을 꾸었소?"하니 그렇다면서 하는 말이,


"천시가 아니므로 역성혁명을 할 것이고, 역성혁명을 하다보면 많은 신하들을 잃게 될 것이며, 새 나라를 새우자면 백성들을 챙기고 거두라는 뜻인데, 조금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하였다. 무학대사는 이성계가 자기와 같은 꿈을 꾸고 근심하고 있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이성계는 평소에도 그랬지만, 이와 같이 지인지감이 있고 합리적인 무학대사를 한없이 신뢰하고 존경하면서, 부자 형제간에도 발설하기 어려운 국사를 처음부터 숨김없이 의논하고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순창 산안마을 김좌수댁 초대를 받은 이성계와 무학대사는 그 집에 가서 점심대접을 받게 되었는데, 산해진미가 다 올라있는 훌륭한 밥상이었으며 그중에서도 고추장 맛이 일품이었다. 그래서 식사가 끝나고 나서 이성계는 진수성찬을 잘 먹었노라고 인사를 하면서 고추장 맛이 독특하였는데 거기에는 무슨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이때 김좌수는 대답하기를,


"우리 고장은 산과 물이 맑고 토양이 비옥하며 풍향이 완만하여 사람이 나면 명인달사가 나고, 산과 들에는 약초와 채미가 특이하여 보통으로 담가도 그 맛이 담백하고 감칠맛이 난답니다"하였다. 그로부터 이성계의 밥상에는 반드시 순창 고추장이 올랐으며 왕이 된 다음에는 진상 품절목에 넣어 철철마다 올려갔다한다.


그리고 이성계가 왕이 된 후 아들 방원과 불화가 심하여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궁궐을 떠나 외유할 때, 비록 왕권은 얻었으나 평탄하지 못한 자기 신세를 생각하고 전일 회문산 산신령이 현신하여 천시가 아니므로 백성 없는 왕이 되리라 했던 말이 생각나서 무학대사와 함께 또 한번 ‘순창 회문산 만일사’를 찾아와 며칠 쉬어간 일이 있었다. 그 때 전일에 회문산 산신령의 계시로 천일향을 시주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혹시라도 시주돈이 적어서 오늘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 이번에는 구천일향을 더하여 만일향을 채우고 그 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절 이름을 `만일사`라고 고쳐 부르도록 해놓고, 함흥으로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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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상을 여는 인간 꽃
글쓴이 : 난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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