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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파리 패션계서 한글 디자인 옷 인기

마도러스 2006. 6. 25. 18:24
파리 패션계서 한글 디자인 옷 인기

 

주간조선 2006-04-06 15:23

 


디자이너 이상봉씨,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선보인 뒤 주문 이어져
 

지난 2월 26일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Paris Pret-a-porter Collection)’이 막을 올린 프랑스 파리의 서클 리퍼블리칸.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열린 패션쇼엔 어딘가 낯익은 데가 있었다.

 

이날 모델들이 선보인 51벌의 옷에 손으로 흘겨 쓴 듯한 한글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달빛그림자’(L’ombre Lunaire)라는 테마의 이날 쇼에서 선보인, 상·하의 곳곳에 한글을 새겨 넣은 옷은 한국 정상의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의 작품이다. 이씨는 이곳에서 ‘Liesangbong Paris’란 브랜드로 활동한다.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패션행사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Pret-a-porter·기성복)’를 이끄는 두 가지 축은, 매해 각각 두 차례씩 열리는 전시회 성격의 살롱(Salon)과 패션쇼인 컬렉션(Collection)이다. 100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살롱은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출품이 가능한 데 비해, 1주일 동안 열리는 컬렉션엔 그간의 활동 성과를 기준으로 ‘파리의상조합’이 선정한 소수의 디자이너만 참가해 하루 10~12명 정도만 패션쇼를 주최할 수 있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제 살길은 해외시장이라고 생각하고 파리로 진출했다”는 이씨는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올해로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5년째 출품하고 있다. 이씨는 파리에 진출하기 전 한 번도 외국에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패션은 예술이기 이전에 옷을 파는 산업인 것이다. 자신의 작품에 한글을 새겨 넣은 이씨의 이번 시도가 의미를 갖는 것은 단순히 현지 언론의 주목을 끈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바이어들의 실질적인 관심과 구매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이상봉 파리스’의 정우식 해외사업팀장은 “작년에 비해 주문이 2배 정도 늘었고 쇼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됐는데도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이 비즈니스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씨가 한글을 자신의 작품에 새겨 넣기로 한 것은 단순한 관심끌기나 애국심의 발로가 아니다. 한글을 통해 현지의 호기심을 유도하고 제품 판매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옷을 디자인할 때) 직접 입을 수 있느냐 하는 생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돼요. 한글이 상품성을 갖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존 기성복 디자인에 한글을 접목하면 입는 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외국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거라고 봤죠.”

 

이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옷에 처음 한글을 새겨 넣기로 마음 먹은 것은 작년 12월 초. 때마침 한·불 수교 120주년 행사 준비와 관련, 한국을 찾았던 그의 프랑스인 친구가 던진 한마디는 그의 결심을 확고하게 해줬다. 그 친구는 “내가 느끼기에 한국 최고의 문화유산은 한글이다. 인사동, 경복궁 여기저기를 다 다녀봤지만 그렇다. 동양문화는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지만 한글은 매우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우리 문화를 자신의 작품에 접목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파리 진출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2004년 우리 전통문화를 상품화시키기로 결심하고 ‘창(唱)’을 아이디어로 한 작품을 준비했다. 하지만 파리로 떠나기 한 달 전, 함께 무대에 서기로 했던 명창 안숙선씨가 병으로 입원했다.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찰나, 기분전환을 위해 광장벼룩시장에 들른 이씨는 일전에 안면을 익혔던 무속인 이혜경씨를 우연히 만났다. “순간 이거다 싶어서 함께 파리로 가자고 말했죠.”

 

애초 ‘창’에 맞췄던 패션쇼 컨셉트를 무속(巫俗), 특히 굿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해야 했다. 굿판에서 무당이 입는 새빨간 원색의 옷, 형형색색으로 치장된 노리개, 모자 등에서 영감을 얻어 여기에 사용되는 색상을 인용해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한 미(美)를 살려냈다. 또 노란 트렌치코트엔 허리춤을 빨간색 한복 고름으로 조여 포인트를 주고, 양쪽에 노리개를 본뜬 화려한 색상의 주머니를 달았다.

 

이혜경씨의 굿으로 시작된 패션쇼는 현지에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프레타 포르테를 주관하는 파리의상조합협회 회장이 쇼가 끝난 후 무대 뒤로 찾아와 10분 동안 기다려 이씨를 만나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반응이 그대로 상업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문화는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죠. 새로운 시도가 그들의 눈길을 끈 것은 분명하지만 당시 선보인 옷은 외국인이 소화하기엔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이씨는 이번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 한글을 디자인에 이용하는 대대적인 사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올 가을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고급 옷 외에 중저가의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한글을 새겨 넣은 넥타이, 티셔츠, 스카프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입을 수 없으면 세계화할 수 없습니다. 전통문화는 전통문화대로 계승, 발전돼야죠. 하지만 전통과 산업은 분명히 다릅니다. 외국인이 우리 문화를 입게 만들려면 전통을 과감히 깨뜨리고 해체시켜야 돼요. 요즘 퓨전이란 말을 수도 없이 쓰지만, 퓨전 자체도 결국 깨뜨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  

출처 : 세상을 여는 인간 꽃
글쓴이 : 난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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