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려와 사랑으로 다시 거듭난 할머니 국수집
★ 뛰지 말고 그냥 걸어가! 다쳐! 괜찮아!
서울시 용산구의 삼각지 뒷골목에는 '옛집 국수'라는 허름한 국숫집이 있다. 달랑 탁자 4개로 그곳에서 식당을 차린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진하게 멸치 국물을 우려내어 그 멸치 국물로 국수를 말아낸다. 10년이 넘게 국수값을 2천원으로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무한 리필 해 준다. 몇 년 전, 이 집이 SBS TV 방송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 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사연을 말했다.
“15년 전, 저는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아내까지 저를 버리고 떠나버렸어요. 서울 용산역 앞을 배회하던 저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끼니를 구걸했지만, 찾아간 음식점마다 저를 쫓아냈어요. 그래서, 저는 잔뜩 독이 올라 식당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겠다고 결심했어요. 마지막으로 할머니 국숫집에 까지 가게 된 저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어요. 국수집에서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다 먹어갈 무렵, 할머니는 국수 그릇에 국물과 국수를 다시 듬뿍 넣어 주었어요. 그것을 다 먹고 난 저는 국수 값 낼 돈이 없어서 냅다 도망치고 말았어요. 가게 문을 뒤따라 나온 할머니는 이렇게 소리쳤어요. "뛰지 말고 그냥 걸어가! 다쳐! 괜찮아!" 도망가던 그 남자는 배려 깊은 할머니의 그 말 한마디에 그만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그 후, 파라과이에서 성공한 그는 한 방송사에 전화를 하면서 이 할머니의 얘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할머니는 부유한 집에서 곱게 곱게 자랐지만,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해 이름조차 쓸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분에 넘치게도 대학을 졸업한 남자로부터 끈질긴 중매 요구로 결혼을 했다. 건축일을 하며, 너무도 아내를 사랑했던 남편은 41살이 되던 때 4남매를 남기고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할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린 4남매를 키우느라 너무도 고생이 극심해서 어느 날, 연탄불을 피워놓고 4남매랑 같이 죽을까하고 결심도 했다. 그러던 중, 옆집 아줌마의 권유로 죽으려고 했던 그 연탄불에 다시다 물을 우려낸 국물로 용산에서 국수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설익고 불어서 별로 맛이 없던 국수를 계속 노력한 끝에 은근히 밤새 끓인 할머니 특유의 다시다 국물로 국수맛을 내서 새벽부터 국수를 말아 팔았다. 컴컴한 새벽에 막노동. 학생. 군인들이 주된 단골이었다. 할머니는 "하느님! 이 국수가 어려운 사람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건강하게 하소서" 라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기도한다고 했다. 고작 4개 테이블로 시작한 국수집이 지금은 조금 넓어져서 궁궐같이 커졌다. 그리고, 그 테이블은 밤이 되면, 이 할머니의 침대가 되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국수가게에서 일하던 아줌마를 데려다 주러 갔다가 그만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심장 마비로 죽었던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가게 문을 잠그고 한 달, 두 달, 무려 넉 달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자, 대문에는 이런 쪽지가 붙었다. "박중령입니다. 어제 가게에 갔는데, 문이 잠겨 있더군요. 댁에도 안 계셔서 쪽지남기고 갑니다. 제발 가게 문을 열어주십시오. 어머니 국수 맛있게 먹고, 군대 생활하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끓여 준 국수를 계속 먹고 싶습니다. 어머니 힘내세요. 옛날처럼 웃고 살아요. 가게 문 제발 열어 주세요".
어떤 날은 석장, 어떤 날은 넉장, 사람들로부터 편지 쪽지가 계속 붙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내시라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쪽지로 힘을 얻은 할머니는 다시 국수 가게 문을 열었다. 할머니 가게는 이제 국민의 국수집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할머니는 오늘도 배려와 사랑의 다시다 국물을 밤새 우려내고 있다. 할머니는 "이 모든 것이 다 파라과이 사장 덕이다! 오늘도 모든 것이 감사하다."라고 말씀하신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행복으로 만드는 비결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연민이다. 향기 나는 나무는 찍는 도끼에도 향을 묻힌다.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 옛집 국수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231-23 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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