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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로 디카페인 커피를 제조한다.

마도러스 2020. 11. 17. 03:43

■ 이산화탄소로 디카페인 커피를 제조한다.

 

 커피콩 침투해 카페인 녹이고, 독성 없으며, 기체로 증발 안전

 

커피 애호가이지만, 카페인(caffeine)으로 인해 잠 못 드는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든 디카페인 (Decaffeination) 커피를 만드는 데도 이산화탄소가 쓰인다. 이때 사용되는 이산화탄소는 액체이기도, 기체이기도 한 '초임계 유체' 상태이다. 어떤 물질을 특정한 고온. 고압 조건으로 처리하면, 밀도는 액체에 가깝지만, 점도는 기체에 가까운 액체와 기체 특성이 혼재된 성질을 갖게 된다. 액체처럼 밀도가 높지만, 기체처럼 팽창도 할 수 있는, 이도 저도 아닌, 물질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모호한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물질을 쉽게 녹일 수 있는 훌륭한 용매가 된다. 기체처럼 빠르게 분산해 물질을 녹여내기 때문이다.

 

물질마다 초임계 상태가 될 수 있는 온도가 다른데, 이산화탄소는 여름 날씨와 비슷한 수준인 영상 31도에서 7.38 메가파스칼()의 압력을 가하면, 초임계 유체 상태가 된다. 대부분 물질은 초임계 상태로 만드는 데 필요한 온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산화탄소는 초임계 유체를 만들기 매우 쉬운 기체로 볼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다른 기체와 달리 용매로 사용해도 독성이 없고, 추출되는 화학물질과 분해 반응도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산화탄소 초임계 유체가 추출 용매로 각광받고 있다. 원두를 초임계 유체 상태 이산화탄소에 담그면, 초임계 유체 이산화탄소가 커피콩 안으로 침투해 커피콩 속 카페인을 녹인다. 커피콩 속에 남아있던 이산화탄소는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기체로 증발되어 사라진다. 예전에는 커피콩에서 카페인을 추출하는 용매로 염소가 들어간 '이염화메탄'을 많이 사용했지만, 이염화메탄이 커피에 잔류하면,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어 이산화탄소로 대체됐다. 디카페인 커피가 처음 상업화했던 1900년대 초반에는 발암 물질인 '벤젠'을 이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었다.

 

밀랍 처리된 조선왕조실록을 복원하는 연구 때에도 초임계 유체 이산화탄소가 주목받았다. 일부 조선왕조실록은 방충. 방습 등을 위해 벌집에서 추출한 밀랍을 한지 표면에 입힌 '밀랍본'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그런데, 밀랍이 붙어 책장을 넘기기 힘들고, 종이가 딱딱하게 굳어 부러지기 쉬운 상태로 변해 복원하기 어려웠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6년부터 8년간 복원 연구 끝에 초임계 유체 상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종이에서 밀랍을 제거하는 탈랍 기술을 개발했다. 실록을 밀폐된 공간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뒤, 일정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이산화탄소가 초임계 유체 상태가 되어 밀랍을 녹여내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이 각각 증기 발전을 대체할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증기 발전은 화력이나 원자력으로 물을 가열한 뒤 발생하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은 초임계 이산화탄소가 수증기를 대신한다. 보기에는 액체 상태처럼 보이지만, 기체 성질도 있는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물보다 팽창과 이동이 쉬우며, 마찰이 적기 때문에 발전 시스템에 활용했을 때, 열효율이 높고, 구조가 간단해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수증기에 비해 금속 부식 작용이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