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편지

농부의 땀과 정성은 알곡으로 남는다.

마도러스 2019. 11. 2. 03:25

 

 

■ 농부의 땀과 정성은 알곡으로 남는다.

 

나는 우리집 딸들이 유치원 때에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며 줄곧 사용했던 아주 조그만 바이올린을 지금도 우리 집안의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왜냐면, 그것은 우리집 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정성이 가득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게 즐거웠던 옛 시절의 향수를 반추(反芻)하고,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우리 가족들의 아름다웠던 지나버린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위해서이다. 농부가 땅에 씨앗을 뿌리고 열심히 경작하는 까닭은 바로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이다. 농부가 밭에 씨앗을 뿌린 후, 적당한 수분과 온도, 빛과 산소 등 알맞은 환경을 공급해 주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된다. 그런데,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좋은 농토. 좋은 씨앗. 기름진 거름. 적당한 기후 그리고 농부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입장에서 흙이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는 똑같은 씨앗을 뿌리고 똑같이 물을 주고 거름을 주었다 해도 흙의 좋고 나쁨에 따라 거기에서 거두는 수확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시떨기 잡풀 밭을 옥토로 만들려면, 가시떨기 잡풀을 다 뽑아내어야 한다. 그런데, 가시떨기 잡풀은 처음에 새싹이 조금 났을 경우에는 별로 큰 피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새싹이 모두 자란 후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잡풀은 곡식과 알곡이 열매 맺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만약 가시떨기 잡풀이 있다면, 아무리 작은 것처럼 보여도 처음부터 제거해 버려야 한다. 처음부터 아주 작정하고 뿌리째 모두 뽑아 버려야 한다. 세상의 모든 유혹. 탐욕. 근심. 걱정. 분노. 원망. 증오. 시기. 질투. 교만함. 게으름. 어리석음 등은 바로 가시떨기 잡풀과 같은 것이다. 농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작황과 수확량은 결정된다. 정성과 노력 없이 풍성한 수확을 바란다는 것은 바다에서 과일을 얻고자 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인 것이다.


농부의 땀과 정성은 결국 탐스런 알곡으로 남는다. 그동안 우리집 딸들은 격동의 세월 속에서 정말로 봄 들녘의 농부 보다 더 많이 땀 흘렸고, 방탕한 곳에 전혀 한눈 팔지 않고 매우 부지런하게 살아왔다. 맹자(孟子) 어머니는 맹자의 교육을 위해 3번 이사했다고 했는데, 우리 집은 7번이나 이사했다. 그동안 우리들은 인고(忍苦)의 세월을 살아왔다. 그동안 우리들이 애지중지(愛之重之) 갈고 닦아온 땀과 노력은 결코 헛되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분명 언젠가 탐스런 과실과 같은 성과(成果)가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마땅히 사람()으로서 그 세상 일()을 다한() 후에 차분히 하늘 뜻(天命)을 기다리는() 것이 참된 도리이다. 지금의 내 마음은 가을 들판의 곡식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조심스럽게 딸들을 위해 지극히 기도하는 마음 콩당콩당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