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맘이 더 오래 산다. 늦맘도 괜찮아
● 100세 이상 살 확률 4.5배 높다. 자녀 위해 노화 극복 의지 투철
모든 엄마가 밤낮으로 애쓰며 아이를 길러낸다. 그나마 낮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밤에 일어나는 돌봄은 대부분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문제는, 40살 다 된 나이에 엄마가 된 늦맘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감퇴하는 체력을 절감하면서 이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재운 뒤,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달콤한 '육아 퇴근'도 늦맘에겐 사치이다.
37세에 아이를 낳고 올해 마흔이 된 한 엄마는 "그래도 30대 때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뭔가를 할 수 있었는데, 지난해부터는 도저히 체력이 안 돼 그냥 아이와 함께 잠들어버리곤 한다"고 털어놨다. ‘나이 듦'을 실감하게 되면, 눈앞의 어린 아이가 말 그대로 '눈에 밟힌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내 부모는 40대였지만, 내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이면, 나는 60살을 코앞에 둔다. 아이가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나는 80살을 바라보게 된다. 뒤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여성은 "내가 너무 늙어 어른이 된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고 종종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런데, 이런 늦맘에게 위안이 될 만한 소식이 있다. 30대 후반 이후에 출산한 여성이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1993년부터 미국 뉴잉글랜드 백세 연구 (The New England Centenarian Study)를 이끌어온 보스턴대 의과 대학 토머스 펄스(Thomas Perls) 교수는 2001년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40세 이후에 자녀를 출산한 여성이 100세 이상 살 확률이 전체 여성의 해당 확률 보다 4.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14년 같은 대학의 한 연구에서도 33세 이후에 아이를 낳은 여성이 95세 이후까지 생존할 확률이 29세 이전에 출산을 마친 여성 보다 5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늦은 나이에 출산한 여성이 노년의 건강 상태도 더 양호하다고 한다. 2016년 미국에서 폐경기 여성 83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35세 이후에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의 언어적 기억 및 인지 능력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더 높았다. 물론, 이 연구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려면, 늦게 출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늦맘이 왜 더 오래 살고 노년에 더 건강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제기하는 하나의 가설은 늦은 출산이 가능한 여성의 건강 상태와 에너지 레벨이 원래부터 다른 여성에 비해 더 높았으리라는 것이다. 일종의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이다. 그러나, 과연 출산 당시 건강 상태의 차이가 95세 혹은 100세 생존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까? 과학적 근거를 찾으려면 좀 더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늦게 만난 아이와 더 오래 함께하고자 하는 늦맘의 '의지'와 그에 따른 건강 관리가 이들의 장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30대 초반 엄마가 '아이와 오래 함께 살아야 하니, 지금부터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되뇌는 모습은 흔치 않다. 하지만, 늦맘끼리는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눈다. 두 아이를 둔 40대 여성은 "몇 년간 건강 검진을 받지 않았는데, 다시 받기로 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혹시라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맘은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지 않으면, 당장의 '하루 육아'를 감당하기 어렵다. 30대 후반에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아이가 한창 엄마와 밤낮으로 활발하게 부대낄 시기에 40대에 접어든다는 얘기이다. 20-30대 때와는 컨디션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최근 만난 한 헬스 트레이너는 "요즘 퍼스널 트레이닝(PT)을 신청하는 40대 아기 엄마가 늘었는데,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가 아니라, 체력 증진이 이들의 목표"라고 했다. 비타민과 보약을 챙겨먹는 예 역시 흔하다. 늦맘에게 건강 관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대 인구 연구 센터 존 미로스키(John Mirowsky) 박사는 2005년 건강과 사회행동 저널(Journal of Health and Social Behavior)에서 "현재 같은 연령이라고 가정할 때 18세 이전에 첫 출산을 한 여성과 34세에 첫 출산을 한 여성의 건강 위험도는 비슷한 수준이다. 교육 수준과 경제적 능력 등 늦맘이 갖춘 사회 경제적 자원이 생물학적 노화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건강을 관리하면서 체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늦게 아이를 낳기로 한 사람들은 오래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 건강 관련 지식의 습득과 실천에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늦맘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 보다 실제로 더 건강하게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늦맘에게 건강 상태를 물으면, '정말 피곤하다'고 호소하면서도 '그러니까 더 열심히 체력을 챙겨야 한다'고 답한다.
'건강(산부인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OO 산부인과의 아이 학대 사건 (0) | 2019.11.08 |
---|---|
피임 효과, 한 달 지속되는 패치 개발 (0) | 2019.11.08 |
질 내 유산균 부족, 난소암 위험 증가 (0) | 2019.07.12 |
패치형 피임약, 6개월간 피임 효과 개발 (0) | 2019.01.19 |
■ 커피, 기형아. 유산. 조산. 저체중아 위험! (0) | 2018.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