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연애결혼

도대체, 왜 남자는 마누라를 무서워할까?

마도러스 2018. 11. 11. 23:43


■ 도대체, 왜 남자는 마누라를 무서워할까?


조선(朝鮮) 시대, 마누라를 아주 무서워하는 한 대장이 있었다. 하루는 성 밖의 연병장에 붉은 깃발과 푸른 깃발을 세워 놓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자기 마누라가 무서운 사람은 붉은 깃발, 무섭지 않은 사람은 푸른 깃발로 모여라!”

병사들이 우르르 붉은 깃발로 몰려갔고, 단 한 사람만 푸른 깃발에 섰다. 대장은 신기하게 여겨 그 병사를 불렀다. “자네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이다. 세상 남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기 마누라를 제일 무서워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대장이 되어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적을 맞아 싸울 때는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와도 용기백배하여 조금도 물러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가면 그놈의 마누라가 뭔지? 마누라 앞에서는 꼼짝을 못한단 말이다. 자네는 무슨 수로 마누라를 무서워 하지 않는 경지에 올랐는가?”

그 병사가 대답했다. “제 마누라가 늘 말했습니다. 절대로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지 말라고 저에게 신신 당부했습니다. 오늘 보니, 붉은 깃발 아래에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그쪽으로 가지 않은 것입니다.” 대장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너야말로 마누라를 제일 무서워하는 놈이구나! 마누라 무섭기는 늙은 나뿐이 아니구나!”

[원문] 有大將酷畏妻, 一日竪紅靑旗于郊, 令曰: “畏妻者紅, 不畏妻者靑” 衆皆紅, 一人獨靑. 大將壯之曰: “如子者, 眞大丈夫也. 天下之人, 滔滔畏妻, 我爲大將, 領百萬之衆, 臨敵鏖戰, 矢石如雨, 膽氣百倍, 曾不少剉. 至於閨門之內, 袵席之上, 恩不掩義, 爲婦人所制, 子何修而至此耶?” 其人曰: “妻常戒, 三人聚會, 必談女色, 汝愼勿往. 今見紅旗下聚人甚衆, 是以不往.” 大將喜曰: “畏妻不獨老物.” [출처 :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지은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 이 글이 수록된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은 조선 초기 대표적 학자인 서거정(徐居正)이 세상에 떠도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1,477년에 편집한 일종의 유머집이다. 이 책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의 재미있는 일화뿐만 아니라 힘든 세상 한 번 웃고 넘기자는 우스개 소리까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조선 초기 민간에 떠도는 유머를 채록한 것인 만큼 고려시대 이전부터 전해온 이야기들도 많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