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연애결혼

졸혼(卒婚), 가족 유지하며 각자 삶 존중

마도러스 2016. 8. 1. 14:13


■ 졸혼(卒婚), 가족 유지하며 각자 삶 존중

★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40대 워킹맘 A씨는 최근 직장에서 들은 '졸혼(卒婚)'에 대한 얘기를 남편에게 꺼냈다. A씨는 "결혼 생활 13년 동안 아이 둘을 키우면서 교육관이나 생활 스타일이 남편과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100세 인생이라고 할 때, 앞으로 길게는 60년이나 생활 패턴이 서로 다른 상태에서 자유가 억압된 상태로 무조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갑갑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졸혼을 권함'(2004년)이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된 '졸혼(卒婚)'은 말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약간 어색한 개념이지만, 이제 중년 부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혼은 아니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살지는 않는다. 서로의 생활을 깊숙이 개입하지도 않는다. 자녀가 장성한 뒤 부부가 따로 살며 각자의 삶을 즐긴다. 한 달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만난다. 별거와도 그 개념이 다르다. 가족이라는 관계망과 생활의 고리는 걸어놓은 상태를 유지한다. 어찌 보면, 인도(India)의 간디(Gandhi)가 37살에 제안했다는 해혼(解婚)과 유사하다. 부부가 완전히 갈라서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하나의 인생 과정으로 보고 그것을 완료한 후, 자유로워진다는 뜻의 해혼(解婚)은 인도에서는 낯설지 않은 문화이다.

★ 졸혼(卒婚)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이른바 '100세 시대'로 불릴 만큼 기대 수명이 길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30년 정도였던 결혼 생활이 길게는 70년까지 늘어난다면, 이에 대한 부담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긴 시간을 공유해도 결국 서로 다른 객체일 수밖에 없는 성인 두 사람이 인생의 마지막까지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할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서로의 생활을 공유하지 못할 정도라면, 따로 따로 사는 것이 편하다. 결혼 생활에 있어서 부담과 의무라는 측면만 부각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신성한 존엄성이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결혼 정보 회사인 가연이 모바일 결혼 정보 서비스 회원 548명을 대상으로 2016년 조사한 졸혼(卒婚)에 대한 의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남성(54%) 보다 여성(63%)이 졸혼에 더 긍정적이었다. 이들이 졸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가 5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 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18%) 등을 꼽았다.

★ 50대 회사원 이모씨는 '자녀들을 결혼시킨 후에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30년간의 결 혼생활로 쌓인 부부의 정을 생각하면, 이혼이나 별거까지는 아니지만, 더 이상 부인의 '오더'를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씨는 "낚시와 등산이 취미인데, 그동안은 아내의 잔소리 때문에 1년에 많아야 3-4번 정도만 갈 수 있었다.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인 만큼 주말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쉬고 싶은데, 아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퇴직 후에나, 애들이 다 큰 뒤에는 오로지 나를 위해 살고 싶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