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진 프라이팬은 과감히 버려라.
순천향대 환경보건 융복합 연구센터 김성렬 교수팀이 단독 주택 4곳과 아파트 8곳의 실내에서 가스레인지와 프라이팬을 이용해 9분간에 걸쳐 고기를 굽고, 각각의 실내 환기 조건에 따른 초미세 먼지 농도를 측정해 발표한 논문을 보면, 환기 여부에 따라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최대 9배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고기 굽기 요리가 끝난 후, 2시간에 걸쳐 실시간으로 초미세 먼지를 측정했는데, 고기를 구울 때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초미세 먼지 경보 수준 보다 25배나 높았다. 다만, 고기를 구울 때 적절히 환기하면 미세 먼지 농도는 크게 떨어졌다. 요리 때 환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미세 먼지가 폐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10ug/㎡ 증가하면, 폐암 발생률이 9%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환경부가 과거 집안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 먼지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앞선 연구팀의 실험처럼 요리 때 흡연 못지않은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 보험 심사 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보면, 2012-2016년 사이 여성 폐암 환자가 2만 910명에서 2만 7천958명으로 33.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가세에 실내 미세 먼지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 고리가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 이 많은 초미세 먼지는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검은색 불소수지 플라스틱(PTFE. 테프론) 코팅 프라이팬을 그 주범 중 하나로 꼽는다. PTFE 코팅 프라이팬에 요리하면, 결국 플라스틱이 녹아 타면서 실내를 오염시키고, 요리와 함께 독성 물질이 섞여서 체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프라이팬 코팅 접착제로 쓰이는 '과불화 화합물'(PFAS)도 문제이다. 과불화 화합물은 대구 수돗물 사태로 일반에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우리 일상 생활 곳곳에서 50년 넘게 사용된 물질이다. 프라이팬. 냄비 코팅제는 물론이고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 포장지 및 용기, 방수 등산복, 일회용 종이컵, 전자레인지용 팝콘 봉지, 오염방지 카펫, 소화기 분사액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 물질은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 등이 쉽게 스며들거나 오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게 특징이다.
건강 전문가들은 과불화 화합물이 분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체내에 오래 남아 생식 기능 저하와 암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호르몬을 교란시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서는 체중 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 응고 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세계 보건 기구 산하 국제 암 연구소(IARC)는 과불화 화합물 중 하나인 과불화 옥탄산(PFOA)을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이외의 물질도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화학 구조를 조금 바꾼 여러 대체 물질이 개발되어 활용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과불화 화합물의 유해 논란을 피해가려면, 바닥의 코팅이 벗겨질 정도로 오래 사용한 프라이팬은 과감히 버리라고 조언한다. 그대로 사용하면 음식이 제대로 익지도 않을 뿐 아니라 벗겨진 코팅이 음식에 그대로 섞여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프라이팬을 새로 구매할 경우에는 기존의 불소 수지 코팅 프라이팬 보다는 도자기(세라믹) 코팅 재질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프라이팬을 고려하라는 의견도 있다.
도자기 재질의 경우, 불소 수지(PTFE)와 과불화 화합물(PFHxA, PFOA) 같은 화학, 유해 물질이 첨가되지 않아 요리 중 유독 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스테인리스 스틸 팬은 전도율이 높아 짧은 시간에 조리할 수 있고, 녹이 슬지 않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프라이팬을 제대로 선택하고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가열한 프라이팬을 찬물에 바로 넣으면, 수명이 단축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뜨거울 때 키친 타월로 남은 음식 찌꺼기를 닦아주고, 팬이 충분히 식은 후, 스펀지 같은 부드러운 소재에 세제를 묻혀 닦아주면 된다. 또한, 사용 후 포개 관리하면, 코팅이 벗겨질 수 있는 만큼 커버나 헝겊을 사용해 중간에 덮어주거나 정리대를 사용해 보관하면 더욱 오래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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