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사 차례상, 홍동백서 역사적 근거 없다!
● 앵커 :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색 음식은 동쪽에, 흰색 음식은 서쪽에 놓는다.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 밤. 배. 감 순서로 올린다. 이 밖에도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등등이 차례상을 말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표현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용어들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그리고 역사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JTBC 팩트 체크팀이 사료와 연구자들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결론은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 기자 : 이것은 한 출판사가 낸 초등학교 1학년 참고서입니다. 홍동백서(紅東白西)를 제사상의 규칙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학습서에서도 차례상의 규칙으로 홍동백서(紅東白西)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린이 교육 뿐만이 아닙니다. 국가 자격증인 '조리 기능장 시험'에서도 홍동백서(紅東白西)가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 앵커 : 국가 시험에까지 나오는 용어였지만, 정작 출처 불명의 용어였다는 것이죠?
▶ 기자 : 네. 우선, 중국 송나라 때의 기록을 살펴보았습니다. 주자(朱子)가 저술한 주자가례(朱子家禮)인데, 유교 예법의 기준이 되는 책입니다. 이 책에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같은 규칙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에 쓰여진 사례편람(四禮便覽)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일을 제일 앞에 놓는다고 쓰여 있지만, 어떤 색의 과일을 놓는지, 순서가 어떤지는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어동육서(魚東肉西)라는 용어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성균관 석전보존회 방동민 사무국장 :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어동육서(魚東肉西) 이런 말들은 후대에 나왔고, 예서(禮書)에는 전혀 없어요. 그런 것들이 하나의 잘못된 용어이지요.]
● 앵커 : 차례상이 유교(儒敎)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작 유교와 관련된 사료에서는 그 용어와 규칙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군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주자가례(朱子家禮), 사례편람(四禮便覽)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정성'을 다하되 '간소하게' 지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의 책에서도 같은 맥락이 나타납니다. 퇴계 이황 (李滉 1501-1570)은 퇴계문집(1600년)에서 "음식의 종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르기 때문에 예전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율곡 이이 (李珥 1536-1584)는 격몽요결(1577년)에서 "제사는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을 위주로 할 뿐이다" "가산의 규모", 그러니까 ‘집안 형편에 따라서 시행하라!’ 라고 적었습니다. 형식 보다 정성을 본질로 본 것입니다.
● 앵커 : 그렇다면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같은 용어는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요?
▶ 기자 : 정확한 기원은 파악되지 않습니다. 구전됐을 것으로 추정만 됩니다. 정부의 기록으로는 1969년에 처음 등장합니다. (군부 독재 시대) 문화공보부가 전남의 '민속 종합 조사 보고서'를 펴냈는데, "홍동백서(紅東白西) 등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혀 놓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조사가 '일부 지역의 사례' 혹은 '확실한 근거 없는 용어'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 앵커 : 이런 것들이 언론 보도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등장했잖아요. 그 영향도 좀 있었겠죠?
▶ 기자 : 그렇습니다. 이런 용어들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9년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조금씩 보도가 늘었고, 1980년대 이후에는 이처럼 '추석 상차림 안내'라는 제목으로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됐습니다. 이 때문에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가 차례상의 규칙인 것으로 잘못 인식된 측면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했습니다. [JTBC 뉴스, 입력 : 2017.09.28]
■ “이배기근(以培其根) 이달기지(以達其枝)”, 뿌리를 북돋아 주면, 가지가 번성한다. 조상에게 정성을 다 하면, 자손이 번창한다. 그래서, 선사(先史) 시대부터 조상(祖上)에게 제사(祭祀)를 지냈다고 한다. 조상에 대해 제사를 지냄으로써 효도(孝道)를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덕목(德目)이라는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의 명절에는 제사와는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제사(祭祀)라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라고 한다. 설날이나 추석은 돌아가신 분의 기일(忌日)과 무관하게 정성어린 음식(飮食)을 올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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