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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지 못할 가슴 찡한 손님

마도러스 2015. 10. 31. 11:10


■ 아직도 잊지 못할 가슴 찡한 손님

 

어느 가을날에 아동복 가게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아주머니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 같았다. "우리 딸이예요. 예쁜 티셔츠 하나 주세요!" "네, 늦둥이인가 봐요?"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라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아무꺼나 괜찮아요. 엄마가 골라주시면 다 좋아요"했다 투정 한마디 없는 대화에서 사랑이 넘쳐났다. 요즘 아이들 옷을 고르면서도 탐탁해하지 않고 까다롭게 구는데, 아이가 참 착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머니는 만원짜리 티셔츠를 사가지고 나갔다. 그런데, 얼마 뒤에 아이가 옷을 들고 와서 "죄송한데요, 돈으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의 불쾌감을 드러내며 "왜 엄마가 사 주신 것을 돈으로 바꾸니? 환불해 주었다가 엄마한테 혼나면 어떡해? 엄마 모시고 오면 돌려줄께."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사실은 엄마가 시장 좌판에서 야채를 파는데, 야채 한 뭉치에 천원을 받으세요. 하루 종일 팔아도 만원 못 버실 때도 있는데, 너무 비싼 옷을 산 것 같아서 도저히 못 입겠어요. 아까는 다른 손님이 있어서 차마 거절 할 수 없었어요. 저는 아직 옷이 많으니 빨아 입으면 돼요, 엄마한테 미안해서 못 입겠어요. 내년에 꼭 팔아 드릴게요."

 

순간 코 끝이 찡해 오면서 불쾌하게 생각한 것이 미안해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토록 큰 사랑을 가져온 아이가 너무 예뻐서 “그래. 이 옷은 아줌마가 선물로 줄게” 라며 옷 봉지에 청바지를 더 넣어 줬다. 극구 뿌리치는 아이 손에 꼭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하며 등을 떠밀어 보냈다.

 

착한 아이 때문이었을까? 그날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이 모두 좋아 보여 서비스를 팍팍 주었다. 다음 날, 아주머니가 봉지 마다 나물을 가득 담아 와서는 "우리 아이가 뭘 사 주면 꼭 사양을 하네요" 라며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셨다. "착한 딸을 두어서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고생하면서도 일한 보람이 있어요. 이 집도 복 받을 거요. 돈 많이 버세요.” 하고 웃으며 나가셨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 아이가 가게로 들어왔다. "아줌마 저 예쁘죠?" 내가 선물한 옷을 입고 인사 하러 왔단다. 얼마 전, 시장 근처가 개발이 되면서 아주머니는 다른 곳에서 장사 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는 아이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틀림없이 착하고 예쁜 학생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착한 아이의 그 마음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추운 겨울이 와도 그 사랑 때문에 춥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고 사랑을 실천 하지 못하지만, 어쩜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서로의 처지를 잘 알기에 작은 사랑을 쉽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