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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열등감(劣等感)이 낳은 비극

마도러스 2015. 8. 17. 23:57


엄마의 열등감(劣等感)이 낳은 비극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총명했고 공부도 잘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녀는 인문계 진학을 포기했다. 사회 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서 동생들 공부도 시키고, 홀어머니도 잘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 효성이 지극한 소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 후,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 청년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을 했다. 고등학교 학력의 남편은 사업 수완이 좋았다. 나날이 사업은 확장되고 발전하여 어느새 사모님 소리를 듣게 되었다.

 

사모님이 된 소녀는 어느 순간부터 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경제력만 놓고 본다면 귀족이 되고도 남을 정도로 재산을 축적했는데, 사모님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대학에서 뭘 전공하셨어요?’ 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심한 자격지심(自激之心)이 느껴졌다. 이런 말이 나오면 화제를 얼른 아들 ‘민우’ 이야기로 돌렸다. 아들 ‘민우’ 이번에도 전교에서 3등을 했다고 자랑을 하면 다른 엄마들은 금방 풀이 죽어 아무 말도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민우 엄마였다. 남편은 크게 성공한 사장님이었고, 아들은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드는 수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우 엄마는 말 못할 열등감과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고등학교 학력의 남편은 재산과 인맥을 동원해서 자신의 학력을 세탁했고, 대한민국의 최고 수재들만 다닌다는 학교의 동문으로 입성했다. 남편의 사회적 신분이 상승되다 보니 민우 엄마는 촌티 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자신의 겉포장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외제(外製) 사치품을 구입해야만 자신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명품(名品) 제품을 가까이 해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민우 엄마는 점점 무늬만 화려한 여자가 되어 갔다.

 

민우 엄마의 유일한 낙(樂)은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들 민우와 재력가 사모님들과 어울려 골프치고 수다를 떠는 것이었는데, 사모님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어도 가슴 속은 언제나 텅 빈 듯 외롭고 허전했다. 그 외로움과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민우에게 매우 집착했다. 민우는 착하고 엄마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힘이 되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 갔다. 아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절대적 존재가 되다보니 민우 엄마는 점점 더 극성스럽게 변해갔다.

 

엄마는 민우가 전교 1등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 했다. 그리고, 조금 만 더 노력하면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기 최면에 빠지게 되었다. 부족한 과목은 국영수가 아닌 체육이었다. 체육만 잘 하면, 전교 1등은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갖게 가지게 되었다. 체육 실기 점수가 편성되어 있는 모든 종목들에 개인 전담 코치를 붙이고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다. 운동에 재능이 없는 민우는 미칠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착한 민우는 엄마의 기대를 저 버릴 수가 없어 말 한마디 못하고 로봇처럼 엄마의 뜻을 따랐다.

 

코치로부터 민우가 기초 체력과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엄마는 학교 등교 전에 민우에게 집 앞 운동장을 10 바퀴를 돌게 했다. 민우가 조금 이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엄마는 날카롭게 꾸짖었다. 민우는 점점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효자인 민우는 엄마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말을 한들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야단만 맞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까지 예습과 복습을 했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장을 도는 것은 중학생인 민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열대야가 1달이나 지속된 무더운 여름 날, 민우는 너무 힘들고 아파서 새벽 운동을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의 칼날 같은 불호령에 로봇처럼 일어나 운동장으로 힘없이 걸어갔다. 민우는 한 바퀴도 채 돌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다. 14살의 민우는 그렇게 세상을 마감했다. 민우가 떠난 뒤, 엄마는 민우의 일기를 보게 되었다.


“엄마! 미안해요! 엄마의 꿈을 이루어 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죽어 간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나, 실망하실 엄마를 생각하면,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많이 많이 미안해요!”. 엄마는 통곡하고 울부짖었지만, 아무 것도 되돌릴 수 없었다. 며칠 후, 엄마도 민우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