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책.TV

젊은 베르테르(Werther)의 슬픔

마도러스 2015. 7. 22. 10:36


젊은 베르테르(Werther)의 슬픔

 

마음의 병을 치유할 목적으로 고향을 떠나 발하임(Balheim)이라는 아름다운 산간 마을에 찾아든 청년 베르테르(Werther)는 그 마을의 공작 집안 출신 법관의 초청을 받는다. 그러나, 차일피일 방문을 미루는 어느 날, 무도회에 가기 위해 로테(Rothe)의 집에 들렀다가 로테를 보게 된다. 로테(Rothe)의 우아한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로테(Rothe)는 9명의 동생들에게 흑빵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리고 베르테르(Werther)는 무도회장까지 가는 동안 마차에서 로테(Rothe)와 문학 얘기를 나누었다. 로테(Rothe)에게 매혹된 베르테르(Werther)는 친구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그 모습, 그 목소리, 그 몸가짐에 내 영혼은 완전히 몰입되고 말았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얼마나 응시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네. 싱싱한 입술과 산뜻하고 생기 넘치는 볼에 내가 얼마나 매혹되었는지 몰라!’ 그리고 마차가 무도회장 앞에서 멈추었을 때, 자신이 마치 몽유병 환자 같았다고 썼다.

 

그녀와 왈츠를 춘 베르테르(Werther)는 또 이렇게 쓴다. ‘난 맹세했네.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나 이외의 그 어떤 남자와 왈츠를 추지 못하 할 거야. 비록, 그 일 때문에 이 몸이 파멸된다 해도 말이야!’ 그 후, 하루도 빠짐없이 로테(Rothe)의 집에 찾아가 그녀를 만났다. 그는 그녀를 만나면 ‘마치 영혼이 모든 신경 속에서 물구나무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거친 방황으로 우울할 때, 로테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그 방황을 없애버리고, 비로소 나는 자유롭게 숨 쉬게 될 거야’ 라고 했다. 로테(Rothe)의 집에 직접 가지 못하는 날은 그의 하인을 보냈다. 오늘 그녀 곁에 다녀온 자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기 때문이다. “만나야지. 오늘도 만나야지.”  베르테르에게는 아침에 눈만 뜨면, 이 한 가지 소망밖에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만물(萬物)이 생동하게 하는 봄이라는 계절의 5월 기운과 이곳의 자연 경관에 매료되어 베르테르(Werther)는 그렇지 않아도 예민하다고 느끼는 자신의 모든 감수성을 열어 놓았다.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처럼 굴곡이 심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베르테르는 젊은 나이에 추구하기 마련인 외향적인 가치의 추구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베르테르(Werther)가 로테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일단 첫 만남의 장면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로테(Rothe)는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여덟 명의 동생을 돌보고 있는 아가씨이다. 그런데, 동생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어머니의 사랑 못지않으며,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보여주는 그 포용력과 현명함은 그녀가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사랑하는 베르테르(Werther)는 여덟 아이에게 둘러싸여 아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로테(Rothe)를 보고 첫 눈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용모마저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아가씨였으니 말이다. 무도회로 가는 마차 안에서는 로테가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듣게 되는데, 이 때부터 로테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 이른 베르테르는 무도회에서 로테(Rothe)와 춤으로 또 한번 교감을 나누게 되었다. 결국, 완전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이 아가씨가 나 이외에 다른 남자와 왈츠를 추는 일은 없게 하리라’라고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로테(Rothe)에게는 이미 알베르트(Albert)라는 약혼자(約婚者)가 있었다. 약혼은 하나의 중요한 약속이지만 결혼만큼 강력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서였을까? 약혼한 사람이 있다는 말에도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잘만 하면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일말의 희망과 기대감이 베르테르의 감정을 증폭시킨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베르테르와 같은 사람에게 결혼이라는 제도는 사랑이라는 자연적인 감정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린 감성의 청년 베르테르 앞에 나타난 완벽한 모습의 여인이 바로 로테이다.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았던 곳에서 베르테르(Werther)의 슬픔은 배가 되어갔다. 로테(Rothe)는 사려깊고 배려심이 많으며,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이야기 할 줄 아는 밝고 사랑스러운 아가씨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로테를 믿고 의지하며 그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곤한다. 베르테르 이전에도 로테를 사랑하다가 결국 미쳐버리게 된 사람도 있었다.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베르테르에게 여지를 준 것 같은 로테의 행동에도 책임이 있을지 모른다. 과연 로테(Rothe)는 베르테르를 어떤 감정으로 대한 것일까?

 

알베르트(Albert)는 부친상을 당해 잠시 마을을 떠나있는 중이었는데, 베르테르가 로테를 향한 사랑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워 갈 즈음 발하임(Balheim)으로 돌아왔다. 알베르트가 돌아오자 베르테르(Werther)는 알베르트(Albert)에게 질투를 느끼며 고통스러워한다. 감정적인 베르테르에 반해 알베르트(Albert)는 너무나 이성적이었다.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알베르트(Albert)는 로테에게 완벽한 남편이었다. 로테(Rothe)가 베르테르를 먼저 알았더라도 알베르트를 선택했을 것만 같다. 과연, 사랑의 마음이라는 것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인간의 운명과 사랑에 있어서 절대적인 규칙과 순서가 있는 것일까? 로테(Rothe)는 알베르트(Albert)를 사랑하고 존경했지만, 정신적인 교감은 베르테르(Werther)와 더 많이 나눌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예민한 감수성을 걱정해주며 베르테르를 옆에 두고 싶어 했고 그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누구보다 그와의 우정이 유지되길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알베르트(Albert)가 로테(Rothe)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베르테르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때의 심정을 그는 이렇게 토로한다. ‘어느새 나의 감각은 긴장되고, 눈앞이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는다. 마치 암살자의 손에 조임을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목이 막힌다. 답답한 나머지 숨을 쉬려 하면 심장이 무섭게 고동쳐서 그것 때문에 도리어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지는 것 같다.’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베르테르(Werther)는 로테(Rothe)의 곁을 떠날 결심을 한다. 베르테르는 떠나기 전날. 로테(Rothe)에게 속마음을 감춘 채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안녕 로테, 안녕 알베르트, 아마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겁니다.” 그 때, 로테가 마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말한다. “내일?” 그녀의 말이 베르테르의 가슴을 찌른다. 베르테르(Werther)는 그녀가 눈 앞에서 멀어진 후, 그만 주저 앉아서 울다가 벌떡 일어나 언덕으로 뛰어 올라간다. 그 때, 로테의 집 마당 사립문을 향해 가는 그녀의 하얀 옷자락이 언뜻 보인다. 베르테르는 두 팔을 내민다. 그러나, 로테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한편, 베르테르(Werther)는 공사(公司)의 비서가 되어 먼 고장으로 떠났다. 하지만, 귀족 사회의 관료 기질과 인습에 염증을 느낀 그는 로테(Rothe)와 알베르트(Albert)가 결혼했다는 편지를 받고 가슴이 아려온다. 결국 사표를 낸 베르테르는 다시 로테의 곁으로 돌아온다. 베르테르는 처음 로테와 춤출 때 입었던 푸른색 양복을 모두 다 낡아서 헐어지도록 입었다. 그리고, 그것이 버려질 때가 되자 이전 것과 똑 같은 것으로 맞췄다. 깃과 소매도 같은 모양으로 했고, 노란 조끼와 바지도 같은 것으로 새로 맞췄다. 이미 로테(Rothe) 알베르트(Albert)와 결혼한 상태이다. 로테(Rothe)에 대한 사랑을 결코 멈출 수 없었던 베르테르는 이렇게 탄식한다. ‘자나 깨나 꿈속에서도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것은 온통 그녀 모습이다. 눈을 감아도 눈 속에 나타난다. 마음의 시력이 모여드는 나의 머릿속에 그녀의 검은 눈이 나타난다. 눈을 감으면, 그녀의 모습은 바다와 같고 호수와 같다. 나의 마음 속에 그리고 내 몸의 모든 감각 속에 그녀가 채워져 있다.’

 

알베르트(Albert)는 베르테르가 로테의 방에서 이야기 하고 있을 때면 조용히 그녀의 방에서 나가곤 한다. 친절하고 세심한 그의 대담한 우정 때문에 베르테르의 자책도 늘어간다. 알베르트와 로테의 아름다운 관계를 자신이 파괴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베르테르(Werther)는 로테를 찾아갔다. 로테(Rothe)가 베르테르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측은히 여기는 것밖에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여자이다’ 라고 했다. 그리고 ‘나 같은 것을 슬프게 사랑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 후, 베르테르는 다시 찾아갔다. 로테에게 시를 읽어주다가 격렬하게 흐느끼며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떨리는 입술에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로테는 몸을 뿌리치며 후들후들 떨며 말했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어요.”

 

이튿날 새벽, 하인이 커피(coffee)를 가져갔을 때,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베르테르(Werther)는 알베르트(Albert)에게 권총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하인에게 보낸다. 편지를 받은 알베르트(Albert)는 로테에게 권총을 꺼내주라고 하고, 로테(Rothe)는 불길한 마음으로 권총을 내려 먼지를 턴다. 그리고 주저하며 남편 눈치를 보다가 할 수 없다는 듯 하인에게 무기를 건넨다. 베르테르는 로테가 직접 권총을 꺼내주었다는 말을 듣고 미친 듯이 좋아하며 받아 든다. 그리고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릴 때 홀로 로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그럼 로테, 로테여! 안녕!” 다음날, 사람들이 권총 자살을 한 베르테르(Werther)를 발견했을 때, 그는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파란 양복(洋服)에 노란 조끼를 입고 있었고, 호주머니에는 로테가 그의 생일에 준 리본(ribbon)이 들어 있었다. 그의 사랑은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고, 사랑의 결말 역시 단순하지는 않았다. 베르테르(Werther)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쳐다보기만 해도 마냥 행복에 잠기곤 했었다. ‘때때로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이다지도 외골수로 그녀만을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닌 바로 그 사람이 사랑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녀 외에는 아무것도 또한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말이다.’

 

청년 베르테르(Werther)는 우리에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미쳤다고 해도 사랑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고 고통을 느껴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사랑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거절하고 그녀의 곁을 떠나려 해도 내게는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를 옮길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사랑도 이미 뿌리를 내려서 결코 옮길 수 없는 사랑이 되어 버렸다. 왜냐면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나는 그녀와 함께하지 않는 모든 시간들은 가슴으로 통곡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하지 않는 기쁨은 빛바랜 기쁨과 같다. 운명의 장난 속에 이미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막막하고 슬픈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랑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이다. 사랑을 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하는 사랑이다.”

 

괴테(Goethe)가 25세에 쓴 아름다운 소설 ‘젊은 베르테르(Werther)의 슬픔’은 그 당시에는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禁書)였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베르테르(Werther)처럼 권총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방 자살이나 자살 도미노(Domino) 현상을 두고 ‘베르테르 효과’라고도 한다. 키르케고르(Kierkegaard)는 이 소설에 영향을 받아 ‘죽음에 이르는 병’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썼다. 나폴레옹(Napoleon)은 이 책을 7번이나 읽었을 뿐 아니라 이집트 원정 때에도 이 책을 들고 갔다. 10월 30일은 '시월(十月)의 마지막 날'이다. 우연일까? 괴테(Goethe)는 그가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했던 경험과 학우인 예루잘렘(Jerusalem)이 유부녀에게 실연(失戀)당해 자살한 사건(1772년 10월 30일)을 소재로 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편지로 고백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그 편지는 1771년 5월 4일에 시작해서 1772년 12월 2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