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굴레

펜션(Pension) 토지신(土地神)의 분노

마도러스 2014. 2. 12. 16:24


펜션(Pension) 토지신(土地神)의 분노

 

무더운 여름이 되면 피서를 떠난다. 성수기 인기 있는 호텔과 펜션(pension)은 모두 예약이 끝나기 마련. 얼마 전 한 중년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저는 충청도 지역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펜션(pension) 인기 있는 관광지에 있었다. 풍광이 좋아 늘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어느 날부턴가 빈 방에 파리만 날라 다녔다. “그 사건 이후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펜션을 애용하는 관광객들 사이에 이미 입소문이 쫙 퍼져서 큰일 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고였습니까?” 내 질문에 그는 “펜션에서 집단 자살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자살할 줄 알았다면 애초에 받질 말았어야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작은 흐느낌은 이내 통곡으로 바뀌었다.

 

몇 개월 전 평범해 보였던 20대 남녀가 펜션에 1박을 청했다. 밝게 웃으며 농담도 하길래 사이 좋은 친구 사이인 줄 알았다고 했다. “정말 의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손님들처럼 고기도 구워먹고 술도 마시며 노래도 불렀거든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인기척이 없었다. “그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숙취 때문에 퇴실이 늦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끔찍한 사고였다. 경찰에 신고한 뒤 사고 처리는 신속히 끝났지만 문제는 그 후였다. 펜션 단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말았다.

 

결국, 펜션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사겠다는 전화 한 통 없었다. 적자는 쌓이고 펜션은 안 팔리니 사장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들과 제가 전생(前生)에 무슨 악연(惡緣)이 있었기에 퇴직금을 모두 털어 힘들게 자리 잡은 펜션을 망하게 하는 겁니까?”

 

사장은 간곡히 내게 “딱 하룻밤만 우리 펜션에서 주무시고 가시면 안 될까요? 억울하게 죽은 20대 영혼(靈魂)들을 천도(遷道)해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나는 직접 가는 대신 구명시식(救命施食) 공연팀을 보냈다. 비록 내가 가진 않지만, 내가 있을 때와 똑같이 구명시식(救命施食) 공연을 펼치며 펜션에 깃든 음흉한 기운을 제거할 것을 당부했다.

 

며칠 뒤, 그 펜션에 다녀온 구명시식(救命施食) 공연팀은 입을 모아 펜션을 자랑했다. “산과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펜션에서 자살 사고가 나다니 놀랐습니다. 그렇게 경치 좋은 펜션은 대한민국에 몇 개 안 될 겁니다.”


영적으로 살펴보니 펜션의 자살 사고는 20대 청년들 때문이 아니었다. 펜션은 천혜의 산맥을 깎아 세운 터였다. 인간이 이기적인 욕심으로 신(神)의 자리에 펜션을 세우자 토지신(土地神)의 분노(忿怒)가 대단했다. 


그 음험한 기운 탓에 펜션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다행히 구명시식(救命施食) 팀의 공연으로 토지신(土地神)의 분노(忿怒)는 한풀 꺾였다. “법사님, 드디어 올해 첫 번째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펜션 사장은 오랜만에 손님맞이로 분주한 듯 들뜬 목소리였다. 그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기적으로 집단 자살 사고로 죽은 청년 영혼과 토지신(土地神) 영혼을 달래 주기로 굳게 약속했다. 자연은 결코 무생물이 아니다


마구잡이식으로 자연을 해친다면 끔찍한 결과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다시 한 번 펜션에서 눈을 감은 한(恨) 많은 청춘 남녀 영가(영혼)들의 명복(冥福)을 빈다. (후암 문화 공간 대표 차길진)[일간 스포츠, 입력: 201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