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내미는 순간 [감동 글]
[글: 최승철 시인]
어둠 속에서 희망을 기다릴 수 없을 때
손을 내미는 것이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아니라
마음 속의 빛을 깨닫는 것.
맨 처음 대자보를 붙이던 손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밤마다 눈 감고 눈 뜨는 일이 아니라
빈 거실에 누워 생을 마감한
내 이웃의 고독사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부르튼 손을 향해 다른 손 하나가
손 잡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다.
물결 위에 떠 있는 태양이 아니라
해풍을 관통해 날아가는 새 한 마리를 위해
지금은 이웃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다.
제 입에 물고기 한 마리 물지 않고 날아가는 새를 위해
내부에서 희미하게 비쳐오는 손.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평등하게 내리는 흰 눈의 마음을 이해할 때
그 마음을 받아 대지는 붉은 꽃들을 피워 올리는 것이다.
돌멩이를 쥐고 싶던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손 하나 내밀어 보는 것이다.
손을 내미는 순간,
또 하나의 손들이 쌓이는 것이다.
나는 대지의 순백을 통해 함께 하는 사랑을 배웠다.
아버지의 흙 묻은 운동화를 매어주던 마음으로
당신의 눈 속에서 태양을 맞이하는 아침.
이웃의 어께에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사람이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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